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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칼럼] 멋있는 삶 ①

인생은 누구나 멋있는 삶을 갈망하고 추구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멋드러지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희망사항이다. 누구든지 철이 들면서 세상을 한 번 멋있게 살아보려고 애쓰며 그것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도 사귀며 돈도 많이 모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멋있는 삶은 반드시 크게 출세를 하거나 성공을 해야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멋있는 삶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남이 그렇게 만들어주고 봐줘야 한다. 좋은 옷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멋있는 삶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돈이 많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이 멋있는 삶은 아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들이 그의 그런 삶이 멋있다고 해야 되는 것이다. 멋쟁이가 곧 멋있는 삶의 소유자는 아니다. 멋쟁이는 멋을 아는 사람이고 멋있어 보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멋있는 삶은 멋쟁이 그 개인보다는 그의 삶이 낭만적이고 멋있어야 한다. 잘생긴 사람이 반드시 멋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또 겉으로 멋있게 생긴 사람이 멋있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멋있는 삶은 남들이 한결같이 멋있는 삶이라고 평가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비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야 한다.

과연 누가 그런 멋있는 삶의 소유자일까? 이미 고인이 된 함석헌 선생을 멋있는 삶의 소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쓴 <뜻으로 본 한국역사> 나 사상계에 발표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등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멋있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고 그분이야말로 멋있는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김동길 선생님을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분은 지금 93세의 고령인데도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아침에 유튜브를 통해 김동길 TV를 방송한다. 언론사에서 단독인터뷰도 하고 때로는 몇 사람이 함께 나와 좌담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분이 참 멋쟁이고 또 멋있는 삶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은 결혼을 해본 적도 없지만 많은 여성들의 애인이다. 그분은 남성들보다는 여성 쪽에 더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강남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는데 온통 여성들이 자원하여 선거운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당시 전국 최고의 득표자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분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반대했지만 하여간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그분이 한 말을 몇 개 소개하면서 그분의 삶의 모습을 짚어보고자 한다. 유머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분은 유머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며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고 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 인생을 끝마침)하기 전에 어느 기자가 “김 추기경님은 외국어를 여럿 하신다는데 어느 나라 말을 제일 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내가 제일 잘하는 말은 거짓말이야”라고 했단다. 새로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1세는 “나를 교황으로 뽑아준 추기경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 이유인즉 “나를 뽑은 것은 잘못이니까 하나님께 사과해야 하고 당신들 때문에 나는 괜히 고생하게 생겼으니까…”

이 얼마나 멋진 유머인가? 김동길 선생님은 지금도 명시300수를 외우고 있으며 필요할 때 키를 누르면 그냥 튀어나온다. 그분은 강연을 하거나 연설을 할 때 원고를 가지고 하지 않는다. 제목에 맞게 그냥 술술 나온다. 시간만 말해주면 그 시간에 딱 맞게 마무리한다. 그 이유가 늘 시나 유명한 말들을 머리속에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필요한 시와 명언들이 술술 쏟아져 나온다. 지금도 매일 ‘석양에 홀로 서서’라는 글을 쓴다. 그분은 한글만 겨우 깨친 그분의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술회한다. 그분의 어머니는 그 옛날 가난 속에서도 삯바느질과 남의 집 빨래를 해주며 번 돈으로 딸과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그 결과 딸(김옥길)은 이화여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역임하였고 아들(김동길)은 연세대 부총장과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연세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최장수 일류 논객이기도 하다.

△필자 약력
연세대 및 동 대학원 졸업
국어국문학 및 언어학 전공
한양공고 및 수도여사대에서 강의
1976년부터 미주 한국일보, 중앙일보, 스포츠서울 USA, 기독신문 등에 고정 칼럼 연재
2005년부터 2014년까지 MSM부소장, 주정부 소셜워커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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