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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세계 무역로 마비시킨 코로나

인간은 결국 생태계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당연하지만 잊고 살다 코로나19로 다시 깨달았다. 인간이 만든 것은 그것이 아무리 위대한 문명이라도, 아무리 견고한 시스템이라도 불완전한 것이어서 항상 위험에 노출된다. 생태계는 문명을 위협하는데 꼭 행성 충돌 같은 우주적 규모의 힘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박쥐나 박쥐에 붙은 바이러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코로나19의 최종적인 위협은 시스템 붕괴였다. 바이러스는 경제시스템의 신경망을 마비시킬 기세였다. 바이러스 창궐 이후 절감한 것은 평화 없이 경제적 번영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평화 없이는 번영은커녕 일상과 생존마저 위협받는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새로운 적 앞에 안정된 무역로를 유지하지 못했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중요한 축인 통화정책은 대변화를 겪고 있다.

패권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가 만든 평화와 질서는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지곤 했다. 팍스 로마나와 팍스 몽골리카, 팍스 아메리카나가 그랬다.

지금까지 패권국을 위협한 것은 언제나 새로운 패권국이었고 도전의 양상은 전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바이러스였다. 경제적 번영의 선결 조건인 평화를 안전한 무역로와 통상 시스템의 유지라고 보면 바이러스 앞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는 실패했다. 끊겼던 무역로는 복원되겠지만, 미국은 패권 유지의 필수조건에 압도적인 군사력과 함께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추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을 마비시키자 미국은 돈을 쏟아부었다. 처음엔 2조 달러, 다음엔 2조3000억 달러였다.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을지 알 수 없다.

통화는 인체의 피에 해당하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경제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통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로, 정부는 재정정책으로 통화량을 조절하고 둘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시장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막으려면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갖고 의회는 정부예산 승인권을 갖는다.

현대통화이론(MMT)은 생각이 다르다. 돈을 필요한 만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은 세금 인상과 국채 발행으로 조절하면 된다. MMT는 2008년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서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민주당의 젊은 피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연방의원은 ‘그린 뉴딜’의 재원을 MMT로 확보하자고 주장할 정도였다. 이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MMT는 두 번째로 대안이 됐다. 통화량은 더욱 늘어 2008년 10조 달러가 안 됐던 나랏빚은 24조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쌍둥이 적자로 불리며 망국병 취급을 받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돈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시장의 힘으로만 서지 못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코로나19 이후엔 독립기관으로 견제해야 할 연준과 정부가 한 팀이 됐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연준의 금융정책은 정교분리처럼 엄격히 분리됐었지만 이번에 이 원칙이 깨졌다. 연준은 투자부적격인 회사채 매입까지 개입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지난 6일 “연준이 주식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건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주식을 살 수도 있다는 운을 띄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봇물 터지듯 풀린 돈이 가져올지 모를 후유증도 해결해야 하지만 돈에 대한 태도 변화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무역로를 회복하기 위해 통화정책 자체를 크게 바꾸었기 때문이다.


안유회 경제부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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