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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절망적 빈곤에서의 '뉴노멀'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시금 심오한 진리다.

올바른 주장의 반대는 잘못된 주장. 정상(normal)의 반대는 비정상(abnormal)이다. 하지만 '치명적 정상'의 반대는 '새로운 정상'이다. 뉴노멀(new normal).

지난 17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톰 프리든 전 국장이 세계는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상황에서다. 프리든 전 국장은 "지금 상황에서 현명한 조치는 노멀(정상)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뉴노멀로 일어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면 나다니지 않아야 한다. 정신력으로 눌러 이겨야 한다는 어르신의 말은 이제 비정상이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 무슨 죽을 병이라고 그러느냐는 동료의 말은 비정상이다. 악수하지 않아야 한다. 조아리지 않고 당당히 손을 내밀어 꽉 쥔 듯 자신감 있어야 한다는 선배의 말도 비정상이다.



미증유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걱정했던 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짓눌려있던 시민들이 생활고에 좌절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못살겠다' '굶어 죽겠다' 사실상 봉쇄, 경제활동 중단으로 제자리에서 맴맴 돌고 있던 분노가 임계점을 향해 치솟는 형국이다.

레바논 한 택시기사는 영업제한 위반으로 단속된 후 분노로 택시에 불을 질렀다. 시리아 난민 가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 데 절망해 분신한 채 내달렸다. 튀니지에서도 한 남성이 분신 사망했다. 바그다드에서 운전을 하는 청년은 코로나 통행금지 위반으로 벌금을 물리려는 경찰과 싸움까지 하며 절규했다.

"굶어 죽거나 가족이 굶주리는 걸 보느니 차라리 바이러스로 죽는 게 낫다."

세계 각지에서 분신과 시위가 속출, 사회불안과 소요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는 직감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바이러스가 옥죄며 숨막히게 다가오지만, 시민들을 '풀어놔야'겠다. 아시아도 유럽도 이곳 미국도 서서히 통제된 시민과 경제를 풀어놓고 있다. 바그다드 청년이 내뱉은 절규가 동시다발로 분출될까 두려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짝 물러섰다. 사회적 격리를 조금 완화하겠지만 그도 주지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고용 유지와 경제 회생을 위해서 일터 복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악화하면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다르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서는 대규모 사회적 격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적 격리에 반대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경제는 정치 쪽을 따른다. 하지만 백신을 개발하려면 과학이 뒷받침해야 한다. 또 다른 생각도 있다. '백신을 개발했는데 팬더믹 현상이 끝난다면….' 제약회사로서는 엄청난 연구비와 투자비를 날릴 수 있다. 사스가 그랬고 메르스도 그랬다. 그 바이러스는 현재 백신이 없다.

정치, 과학, 경제 입장이 다 이해된다. 순위 싸움일 뿐이다. 처음엔 '생존'을 위한 과학이, 지금은 '살아가기 위한' 정치에 귀가 쏠린다. 이 와중에도 코로나19는 '한번 해볼래' 계속 위협한다.

정치와 과학이 함께 녹아든 말이 있긴 했다. 갈릴레오의 혼잣말.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일을 중단하는 것은 굶주림이다. 아사로 내몰리는 절망적 빈곤에서 인류 대다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뉴노멀이여, 뉴패러다임을 보여 달라.


김석하 신문제작부장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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