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총알 투표’를 아시나요

‘총알 투표(Bullet voting)’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뜻까지 안다면 미국 선거 전문가라고 자부해도 좋다.

총알 투표는 투표 전략의 하나다. 여러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에서 사용된다. 대개 2~3명의 상위 득표자가 당선되는 시의원 선거가 그 대표적 예다. 총알 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복수의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음에도 굳이 한 명의 후보에게만 기표한다.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결말은 비슷한 총알 투표도 있다. 잘 모르는 후보에게 표를 주느니 자신이 알고 있는 후보에게만 표를 주고 마는 식이다.

총알 투표 사례는 전통적으로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흔했다. 소수계 유권자의 힘을 소수계 후보에게 집중시킬 수 있어서다.

오렌지카운티와 인근 지역 한인사회에서 총알 투표가 캠페인 전략으로 본격 활용된 최초의 사례는 2007년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다. 이미 2번 낙선했지만 3번째 도전에 나선 조재길 후보를 포함, 총 9명이 3석을 놓고 겨룬 선거다.



당시 세리토스 전체 유권자 약 3만 명 중 한인 유권자는 약 3400명으로 추산됐다. 조 후보는 한인들에게 ‘3명까지 찍을 수 있지만 조재길 후보에게만 기표하는 총알 투표’를 호소했다. 중국계 등 여타 소수계 커뮤니티에서도 총알 투표 전략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인 유권자가 3명의 후보에게 표를 주면 당선이 어렵다고 설득했다.

한 타인종 후보 진영은 부재자 투표가 시작될 무렵, 한인을 고용해 한인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 후보에게만 기표하면 무효가 되니 중국계 후보를 같이 찍어 달라”며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 관련 규정에 총알 투표를 하면 무효가 된다는 조항은 없다.

결국 조 후보는 선거 당일 집계에서 3207표를 획득, 로라 리(3880표), 브루스 배로스(3226표)에 이어 3위로 세리토스 시의회에 입성했다. 전체 유권자의 약 10%에 달하는 한인 대상 총알 투표 캠페인이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내달 3일 선거를 앞둔 어바인에서도 “한인 유권자가 총알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바인 시의원 선거엔 2~3석이 걸려 있고 태미 김, 존 박 후보를 포함, 총 14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어바인 시는 지역구별 선거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시 전체를 단일 선거구로 묶어 선거를 치른다.

총알 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은 “김, 박 후보가 동반 당선되려면 총알 투표는 필수”라고 말한다. 두 후보가 자력으로 당선을 확정지으려면 무조건 득표율 1, 2위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 직선에 출마한 파라 칸 시의원이 크리스티나 셰이 시장을 누르고 당선될 경우엔 김, 박 후보가 3위 내에 들어도 당선된다. 유권자는 칸 시의원이 당선돼 시의원 공석이 3석이 될 때를 대비, 3명의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다.

어바인 전체 유권자 수는 13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한인은 5400명이다. 한인 유권자가 김, 박 후보에게만 기표하는 총알 투표에 나선다면 한인 표의 위력이 커진다.

대선의 해였던 2016년, 11명이 경쟁한 시의원 선거에서 1위는 약 2만8000표, 2위는 약 2만4000표를 얻고 당선됐다.

그러나 정작 김, 박 후보는 총알 투표 캠페인에 나서지 않는다. 김 후보는 타인종 민주당원 후보와, 박 후보는 타인종 공화당원 후보와 공동 전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총알 투표를 하자”는 말은 한인 시의원 배출을 원하는 유권자끼리의 개인적 논의에 그치고 있다.

총알 투표에 관해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선호 후보 당선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선택이란 옹호와 차선의 후보에게 타격을 준다는 비판이 맞서는 식이다.

총 투표의 80%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 우편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바인 한인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임상환 / OC취재담당 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