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론] 대중문화 민간 외교관 BTS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BTS(방탄소년단) 공연 티켓을 구해 주세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이다. 애틀랜타 소재 한 고등학교 재학 중인 제니퍼는 엄마에게 매일 이같이 졸랐다. K-pop에 심취해 있는 그녀는 BTS가 애틀랜타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버킷 리스트 1호를 BTS 공연 관람으로 삼았다. 티켓 가격도결코 싸지 않았다. 실제 5월 예정이었던 공연의 일반 티켓 가격은 166달러에서 300달러 정도. 세금과 봉사료를 뺀 가격이다. BTS가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를 반증한다.

BTS의 미주공연은 불행히도 코로나19팬데믹 때문에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아이돌 그룹 BTS의 미국 인기는 이제 A급 허리케인 수준을 지나 메가급으로 성장했다.

아닌 게 아니라 BTS는 최근 디지털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앞세워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의 정상에 오르더니, 이 달에는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앞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올해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공연자로 출연해, 정상급 가수 빌레 레이 사이러스, 래퍼 릴 나스 엑스, 디플로 등과 함께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한국 가수의 공연은 처음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음악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한다.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열풍을 일으킨 BTS가 민간외교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외교 분야 여론조사 전문 싱크탱크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는 최근 BTS 등 한국 대중문화 덕분에 미국인들의 한국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 7월 미국 성인 2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100점 만점 가운데 평균 60점을 기록한 것이다. CCGA가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도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978년 조사 시작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을 파트너로 여긴다는 응답자도 무려 74%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 가운데 미국인이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인 나라는 일본이다. 역대 최고치인 65점이다.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 32점의 중국에 크게 앞섰다.

첫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은 47점을 기록했었다. 이후 2006년까지 40점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 처음 52점을 기록했다. 2018년엔 56점이었다.

2년 만에 호감도가 4점이나 오른 이유에 대해 한 CCGA 연구원은 한국 문화의 전례 없는 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음악이 빌보드 차트에 올랐고,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넷플릭스도 코로나19 팬데믹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 TV 프로그램을 미국 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미국인이 한국을 다시 보고 있다. 그 중심에 BTS가 서 있다. 경제 분야에서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기아자동차 등 민간기업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높였다면, 소프트웨어 분야인 대중문화에선 단연 BTS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BTS의 6.25 전쟁 발언 파장은 미국인들의 BTS에 대한 애정을 잘 증명한다. 중국 정부와 네티즌들이 최근 BTS의 수상 소감을 트집을 잡아 대규모 반한 운동과 한국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자, 미국 조야에서는 ‘어글리 차이니즈(Ugly Chinese)’라는 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BTS의 리더 RM은 최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n Society)가 주관한 밴 플리트 상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라며, “우리는 두 나라가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물론 베이징 정부까지 나서 벌떼같이 BTS를 공격했다.

미국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전쟁을 치른 국가 입장에서 참전국의 희생에 대해 고맙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한 것”이라며, “중국 네티즌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주류언론들도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과 음악적 영향을 주고 있는 BTS는 아무 잘못이 없고,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논평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탈미국(?) 외교 노선으로 잠시 소원해진 듯한 한·미관계가 민간외교 덕분에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민간 외교가 일정 부분 두 나라 관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