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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루이 뷔통'의 특별한 선택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4/30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8/04/29 16:23

2018년 3월 25일.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발표됐다. 미국기준으로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이었으나 소셜미디어는 이 뉴스로 뒤덮였다.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명품브랜드 루이뷔통의 남성복 책임자로 임명된 것이다.

버질 아블로는 보수적인 패션의 세계에서 거부당할 만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미국 출신의 흑인으로 정식으로 패션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2009년에 펜디에서 인턴으로 몇 달 일한 것이 '전통적 패션업계'에서 경력의 전부다.

그럼에도 그가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가 2012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오프화이트는 티셔츠와 후디 등 캐주얼 의류를 선보인다. 티셔츠 헌장에 200달러가 넘는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입고되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그가 나이키와 함께 만들어낸 농구화 컬렉션은 정가의 10배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정가가 160달러인 신발이 2000달러에 가까운 가격을 자랑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오프화이트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을 과시하는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버질 아블로는 현재 '시장이 가장 원하는 디자이너'다.

루이뷔통의 결정은 보수적인 패션계가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계는 귀족의 맞춤옷이 아닌 대량생산하는 기성복을 선보일 때부터 '대중'과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대중의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인기에 영합하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패션계는 대중의 존재를 오랫동안 무시하며 트렌드를 만들고 선도해나간다고 자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패션쇼의 런웨이보다는 유명인들이 뭘 입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특히나 칸예 웨스트나 드레이크 같은 스타 래퍼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소셜미디어로 중계되고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패션을 따라한다. 패션계가 가지고 있던 트렌드를 만드는 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미술 등에서 영감을 얻던 패션들은 구닥다리처럼 보였고 래퍼들이 입는 '스트리트 스타일'이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와 유명인, 힙합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은 패션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아블로는 이런 대중적 흐름에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다. 아블로는 1998년부터 DJ로 활동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2002년 대학원생에 불과했던 버질 아블로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칸예 웨스트를 만나서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작업을 같이 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디자이너다.

그래서 아블로의 루이뷔통 입성은 상징적 사건이다. 항상 대중을 선도한다고 말해왔던 도도하고 보수적인 패션계는 이제 대중의 기호에 따라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패션계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로 생긴 새로운 흐름은 다양한 업계에 똑같은 질문을 강요하고 있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아젠다를 제시하고 독자들을 선도해 나갈 것이냐.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며 독자를 따를 것이냐. 아직 답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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