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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벼랑 끝 내모는 유럽 난민 갈등 격화

[LA중앙일보] 발행 2018/06/25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8/06/24 20:18

다음 주 EU 정상회의 분수령
각국 반난민 극우 득세 속

지중해 보트피플 계속 이어져
공동대책 불발 땐 붕괴 가속

지난 21일 지중해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독일 비정부기구 '미션라 이프라인'이 운영하는 배에 의해 구조된 고무 보트를 탄 아프리카 난민들.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몰타에 이 구조선을 입항시킬 것을 요청하면서 지난 10일처럼 또다시 난민 떠넘기에 나섰다.[AP]

지난 21일 지중해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독일 비정부기구 '미션라 이프라인'이 운영하는 배에 의해 구조된 고무 보트를 탄 아프리카 난민들.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몰타에 이 구조선을 입항시킬 것을 요청하면서 지난 10일처럼 또다시 난민 떠넘기에 나섰다.[AP]

수년 전 난민 위기를 겪은 유럽이 또 다시 난민 정책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분열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난민에 포용적인 독일에서는 난민수용 문제를 두고 집권당 내홍이 불거졌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삿대질하며 싸우고 있다.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주변부에 머물던 극우 정파들이 득세하면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는 내무장관들이 앞장 서 반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의회가 아예 "외국인은 헝가리에 정착할 수 없다"고 못 박은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불법 이민자로 간주되는 자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불법 난민의 체류를 돕는 이들까지 처벌하겠다는 헝가리의 결정은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EU 정상들은 오는 28~29일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난민 문제 해법을 모색하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U는 지난 2015년 '더블린 규정'을 통해 난민이 EU 역내로 들어오면 제일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절차를 밟게 하도록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에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집중되면서 이들 나라에서는 난민에 대한 부담을 다른 회원국들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은 의무적인 난민 할당에 반대하며 아예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아무도 반기지 않고 입국 조차 막고 있지만 그래도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계속해서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22일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동안 유럽행 난민을 실은 보트 3척이 리비아 연안에서 뒤집혀 220명이 익사하는 등 보트 전복과 침몰 사고로 올해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살아서 바다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는 3만5500명이 넘는다.

난민대책을 논의하는 EU정상회의를 앞두고 강경 난민 정책 선봉에 선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 22일 공개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1년 내로 EU의 존속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위협까지 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는 단 1명의 난민도 더 수용할 수 없다. 반대로 우리는 난민들을 (EU 내 다른 나라로) 내보내길 원한다"고 강조하면서 "내년에 예정된 EU 선거와 EU의 새 예산 협상은 (EU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느냐 아니냐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 사태에 직면한 국가별 실정이 다르고 이데올로기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하나의 유럽'이 4분5열로 찢어지는 벼랑 끝까지 몰린 것이다.

프랑스-이탈리아 외교 갈등

국제 구호단체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의 이탈리아 입항 거부를 둘러싸고 한 차례 설전을 벌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탈리아 새 정부 실세들이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지난 1일 출범 이래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며 유럽 주변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를 겨냥해 "유럽 전역에 유럽을 증오하는 포퓰리즘이 '한센병'처럼 번지고 있다"며 "그들은 선동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탈리아의 부총리 2명이 나란히 반격을 가했다.

'이탈리아 우선'을 부르짖고 있는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진정한 질병은 난민들을 (이탈리아-프랑스 접경도시인)벤티밀리아로 강제로 돌려보내면서 난민의 공평한 분산을 요구하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누군가의 위선"이라고 말하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탈리아 내각에서 반 EU 성향이 가장 강한 파올로 사보나 유럽연합(EU) 관계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수다쟁이에 거만하다"고 인신공격까지 하면서 "경멸적으로 '오성운동'과 '동맹'을 '포퓰리스트'로 낙인찍는 자들은 이탈리아와 유럽 정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을 합작한 두 극우 정당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일 아프리카 난민 약 630명을 태운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해 이 배는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에 입항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이탈리아에 대해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몰아붙였고 이탈리아는 이에 항의해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초치하고 양국 정상회담 취소까지 고려하는 등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다.

독일 메르켈에 연정 붕괴 경고

2015년 전후로 1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포용한 독일은 집권당 내에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이 난민 친화적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EU 내 다른 국가에 미리 망명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는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사당은 이에 반발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제호퍼 장관의 난민정책에 만장일치로 지지를 보냈다. 난민포용을 주도한 기민당 사회민주당을 상대로 기사당이 강경책에 집착하면서 갈등이 악화하면 대연정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제호퍼 내무장관은 지난 22일 일간 파사우어 노이에 프레세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자신을 경질할 경우 대연정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호퍼 장관이 난민정책을 놓고 메르켈 총리와 극심한 갈등을 겪은 이후 대연정 해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제호퍼 장관이 오는 28~29일 EU 정상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난민 정책 추진을 보류하기로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시간을 벌었지만 EU 차원의 공동 난민정책 도출에 실패할 경우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민족주의 내무장관' 전성시대

총선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모조리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이 이탈리아에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이 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극우 자유당 소속인 키클 장관은 난민에 대한 적대적 발언과 정책으로 입길에 올랐다.

키클 장관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난민 신청자들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나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4월에는 난민 지위 신청자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난민신청 절차 비용으로 최고 840유로(약 108만원)를 현금으로 내게 하는 법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켰다. 키클 장관은 지난 8일에는 정치적 성향을 띤 무슬림을 용인할 수 없다며 터키 출신 이슬람 성직자 60여명과 가족을 추방하고 이들과 관련 있는 모스크 7곳도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터키와의 외교갈등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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