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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립교도소서 만난 한인 청년

황상호 / 사회부 기자
황상호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7/18 17:54

"청색 바지와 런닝처럼 생긴 흰 셔츠는 안 됩니다." 지난 2월 우편으로 보낸 면회 신청서가 넉 달이 지나서야 주립교도소로부터 승인이 났다. 재소자를 만나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던 중 면회를 주선한 아둘람 선교회 정미은 선교사가 옷차림 주의사항에 대해 문자를 보내왔다. 면회 하루 전날이었다. '어, 웬 드레스 코드지?' 나는 삼엄한 곳인 만큼 격식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LA를 출발해 사막을 지나 1시간 반 만에 랭캐스터 주립교도소에 도착했다. 황량한 모래 위에 지어진 건물은 피곤한 시골 목수의 표정이었다. 건물 주위에는 고압선 철조망이 휘감고 키 큰 감시탑은 아래를 날카롭게 지켜 보고 있었다.

면회 대기실은 여성과 아이들로 가득했다. 8할이 히스패닉이었고 드물게 백인과 동양인이 있었다. 동행한 임정수 목사는 "시설이 안 좋은 곳을 가면 이렇게 비백인들이 많다"며 "저지른 범죄가 무거워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왠지 인종에 따라 조치가 다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지품 검사를 받고 이중 차단문을 통과해 면회소로 들어갔다. 마음 바쁜 방문객들은 서둘러 도착해 재소자와 꼭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했다. 칸막이가 쳐진 구석 작은 놀이공간에서는 대화를 나누는 부부 곁에 흑인 딸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재소자의 옷차림이 눈에 확 들어왔다. 흰 반팔 셔츠 위에 하늘색 셔츠를 겹쳤고 진청색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전해들은 드레스 코드가 점등처럼 머릿속에 켜졌다. 방문객과 재소자를 구분하기 위한 교도소의 조치였던 것이다.

드레스코드는 몇 년 전만해도 더 까다로웠다고 한다. 여성 방문객은 재소자들을 성적으로 흥분시킬 수 있다며 민소매와 무릎 위 짧은 치마를 입고는 면회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 번은 꼬마 여자아이가 짧은 바지를 입었다가 출입이 불허돼 철조망 너머로 아빠의 얼굴만 바라보며 울었다고 한다. 정미은 선교사는 "지금은 흑인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많이 개선된 것"이라고 전해줬다.

한인 재소자 K를 만났다. 그는 10대 때 38년형을 선고받아 10여 년을 수감 중이다. 그는 갱이었고 총기를 세 자루 소지한 채 다른 무리를 향해 허공에다 총을 쐈다. 그는 총성을 '알람'이라 표현했다. 9·11 테러 이후 강화된 총기 소지 관련법에다 여러 범죄 혐의가 더해져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의 형기를 받았던 것이다. 살인이 아닌 범죄에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한국 형법 체계와 비교했을 때 말이다.

나는 폭력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씨앗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폭력은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는다. 시대적 환경과 국가경제적 격차가 기압차, 바람을 만든다. 또 어떤 폭력은 도깨비바늘이라는 식물처럼 남의 옷에 찰싹 달라붙어 몰래 퍼져나간다. 바보같은 다람쥐는 자신이 저장해 둔 도토리를 어디다 숨겨뒀는지 까먹어 싹을 틔우게 한다.

어떤 폭력은 우발적이다. K에게도 말하지 못할 어두운 이민사가 있다. 폭력의 경로를 관찰해야 한다. 대부분의 폭력은 가해자가 온전히 자연발생시킨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민 과정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로 범죄자가 된 사람을 찾고 있다. K에게 손 편지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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