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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비자에게 배우는 '경영 지혜'

한국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한민희 명예교수를 최근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그는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그래서 물었다.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 핵심은?

한 교수는 파트너십, 즉 동업자 관계를 맺고 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답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동업자 관계가 형성되어야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를 동업자로 보고 공존공생을 모색하는 게 21세기 기업이 나갈 길인 것이다.

공존공생하는 동업자 관계는 마케팅 분야만 아니라 회사 조직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어느 한쪽이 더 많은 힘이나 재력, 권력, 인사권을 가졌다 해서 상대방에 군림하려는 자세는 구시대의 산물이다. 그런 생각과 행동하는 사람은 21세기를 20세기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한인사회 곳곳에서도 직장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이들이 쏟아내는 사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명하달의 계급사회적 구조를 너무나 당연시하며 직원을 돈 버는 기계의 한 부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또 직원들이 불편한 일을 겪으면 얼마나 고생할까 빨리 해결해야지가 아니라 거기에 드는 비용부터 걱정한다.



직원을 줄이면 남은 자들이 나간 사람 몫까지 일을 곱빼기로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보상은 없다.

경영진은 오히려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더 강조하며 마른 수건에서 물 짜듯 압박한다.

원칙과 규정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잘못된 관행, 불합리한 시스템이 있어도 그 어느 누구 하나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따지는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일반 직원들은 위의 눈치만 보고 더 이상 문제점이나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 말해보았자 소용없다는 패배의식에 빠져 있다.

젊은 직원은 미래가 없다며 떠나고 아첨꾼이 중용된다. 그 조직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피해자는 힘없는 일반 직원이고 결국 은 경영자다.

이런 현상은 중국 전국시대에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책 '한비자'에서 언급한 나라 망하는 10가지 징조와 너무나 비슷하다.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만을 의지할 경우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은 나라 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 취택할 때 ▶군주가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할 때 ▶간연(결점이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하는 자의 벼슬이 높거나 낮은 것을 보고 의견을 듣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의 의견만 참고할 때 ▶군주가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동맹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할 때 ▶나라 안의 인재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울 때 ▶군주가 자만하여 뉘우침이 없고 자신은 재주가 많다고 여길 때 ▶세력가의 천거를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의 공헌은 무시될 때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빚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 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서로 짜고 이득을 얻어 반역 세력이 득세하여 권력을 잡을 때,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한비자는 지적했다.

한인 회사들도 살아남으려면 달라져야 한다. 변화는 직원에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먼저 변하고 함께 부대껴야 한다. 경영진과 일반 직원은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나 다른 계급이 아니라 동업자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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