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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총기사고 보도 바뀌어야 할 때다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11/2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11/28 18:55

속보를 많이 다루는 디지털부 기자다 보니 직업병이 있다. 끔찍한 사건 사고에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게 된다. 일주일이 멀다고 발생하는 총기사고에도 놀라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소름끼칠 때도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이나 동정보다는 그저 장소가 어디고 몇 명이 죽었고 범인은 누군지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최근 미국은 기자들을 '무감각'하게 만들 정도로 총기사고가 많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장소도 다양해졌다. 예배당, 학교, 클럽, 공연장, 심지어 요가를 가르치는 곳까지. 안전한 곳은 없다.

총기사고가 잦아지면서 언론의 보도 또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시라큐스 대학교 에리카 굿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서 총기사고에 대한 언론의 보도패턴을 분석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사상자가 몇인지를 중심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먼저 나온다.

이후에는 피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전달하고 이 와중에 기구한 사연이 있으면 많이 알려진다. 최근 사우전드오크스에서 일어난 총기사고의 사망자 중에서는 2017년 라스베이거스 공연장에서 일어난 총기사고 현장에 있었으나 살아 돌아왔던 남성이 포함돼 있어서 많은 사람을 비통하게 하였다.

이후는 용의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른바 '범인 프로파일링' 기사들이 이어진다. 용의자에 대한 기사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클릭하는 기사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총기사고에 분노한 사람들은 빠르게 비판하고 비난할 대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총기사고의 배경이 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지고 한 개인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여론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 범인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는 것들이 오히려 총기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총기사고의 범인들이 '악명'으로라도 자신의 이름이나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알리고 싶다는 심리를 갖고 싶기 때문에 범인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총기사고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이런 양상에는 언론이 한 몫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타워스 교수는 아틀란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기사고에 대한 보도를 보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학적인 분석을 했을 때 총기사고와 언론보도는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익명을 원한 한 주류매체의 기자는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용의자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총기사고는 이제 미국사회의 '뉴노멀'에 가깝다. 가끔 일어나는 깜짝 놀랄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는 뉴스의 일종이 돼버렸다. 언론이 총기사고를 부추기지 않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새로운 보도윤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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