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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쬬다' 고우영

요즘은 거의 안 쓴다. '쬬다'. 국어사전에도 아예 없다. 아마 '좀팽이'의 속된 말이 아닐까 싶다. 자질구레한 것에만 신경 쓰고, 용기가 없는 사람을 극도로 낮춰서 하는 욕에 가까운 단어.

한국의 대표 만화가 고우영(1938-2005)은 만화 삼국지에서 자신을 쬬다라고 자처했다. 동급으로 삼국지의 유비를 들었다. 둘 다 두 눈이 바깥으로 처진 '사팔뜨기'로 묘사하고 있다. 고우영은 14년 전 4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지금 봐도 재미·의미가 있다. 독특한 재해석과 명쾌한 해설은 기가 막히다.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야함'과 귀여운 '욕', 하드코어한 장면도 많다. 황건적의 군가로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활용하고, 추격당하는 조조에게 "좃조 잡아라"라고 한다든가, 몸을 사리는 유비에게 조조가 "보이 조지 같은 놈"이라고 하지않나, 관우가 조조로부터 떠나며 관문을 지날 때 장수가 "쿼바디스?"하고 묻는 등 아무튼 그만의 센스는 지금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요즘 대다수 중장년에게 삼국지 주인공들의 이미지는 고우영의 그림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우의 지적이면서도 용맹한 모습, 장비의 귀여우면서도 살벌한 저돌성, 조조의 스마트하면서도 교활한 모습, 제갈량의 여자같이 곱지만 냉철한 모습, 여포의 무식하고 들창코 추남 모습, 조자룡의 화끈하고 의리있는 모습…. 유튜브에서는 '배철수의 고우영 삼국지(2000년 라디오 방송)'를 들을 수 있다. 원본 고우영 삼국지 못지 않은 재미와 해학이 있다.



우리가 태어난 한국과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지금, 삼국지 시절 못지 않은 정치적 혼란기다. 고우영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작금의 세상을 어떻게 그리고 희롱할까. 또 수많은 정치인들은 어떻게 묘사될까. 그리고 나는 누구에 가까울까.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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