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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해석 (3)보라색…'얼어붙은' 빨강+파랑의 신비

19세기 중반 화학실험 중
우연히 발견 보라색 염료 탄생
색깔의 혁명 가져와

보라색은 가장 구하기 힘든 존엄한 색이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오묘하게 섞인 보라색은 존엄하고 신비로움을 상징했다.

보라색은 가장 구하기 힘든 존엄한 색이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오묘하게 섞인 보라색은 존엄하고 신비로움을 상징했다.

프린스가 '보라색 비'가 내리는 가운데 퍼플 레인을 열창하고 있는 모습.

프린스가 '보라색 비'가 내리는 가운데 퍼플 레인을 열창하고 있는 모습.

"나는 마침내 대기의 진정한 색을 발견했다. 그것은 보라색이다. 신성한 공기는 보라색이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보라색은 외향적 심리를 나타내는 빨강과 구심적 심리를 나타내는 파랑이 혼합된 색이다. 따라서 대립되는 양면성의 감정이 혼재한다. 색상 자체만으로 고고함 세련됨 등의 이미지를 준다.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므로 치유의 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예술가와 같이 감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다.


고귀한 태생의 색

고대 세계에서 보라색은 황권 명성 존엄성을 나타내는 색이었다. 보라색이 그와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천연물에서 자색 염료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까다로워 매우 비쌌기 때문이다. 기원전 유럽에서는 보라색 천연 염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지중해에 서식하는 바다달팽이를 대량으로 잡아올려 깨부숴서 그 분비물을 모아 햇볕에 말리는 것이다. 1만 2000마리로 손수건 한 장을 겨우 염색할만한(1.4g) 보라색 염료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 노동력이 필요했다.



보라색은 왕중왕 내지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색이었다. 네로 황제의 경우 자신 이외에 보라색을 쓰는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born in the purple(고귀한 태생)'이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현재에도 추기경이 입는 수단은 진홍색이지만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것을 '보라색 반열에 오른다'고 표현한다. 한편 영국 왕실도 보라색이 상징색이라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시상대 경기장 벽 등의 색이 전부 보라색이었다. 동양에서도 보라색은 비범한 색이었고 가장 높은 권력의 색이었다. 보라색을 뜻하는 '紫(자)'는 신비함의 대명사였다. 중국 황실의 이름은 자금성이다.

위대한 실패에서 색깔의 혁명

영국에서 태어난 윌리엄 퍼킨(1838-1907)은 화가를 꿈꾸다가 화학에 빠져 실험을 하다가 석탄개스의 폐기물인 콜타르에서 추출한 물질에 '아닐린(aniline)'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그는 질병 말라리아에 효과적인 퀴닌(quinine)을 합성하려고 했지만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추출물은 전혀 쓸모가 없는 적갈색의 진흙에 불과했다. 퍼킨은 그 물질에 알코올을 떨어뜨렸다.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시험관 안의 물질이 밝은 보랏빛 광채를 내뿜는 액체로 변하는 것이었다. 보라색 염료의 탄생이었다. 보라색은 1858년 이후부터 서서히 생활 속에 퍼져 나갔다. 역사상 최초로 상업적인 인공염료를 개발해 색깔의 혁명을 가져온 것이다. 그 시발점은 보라색이었다. 우연한 실수로 지존의 색을 서민들이 입는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하늘이 도운 '보라빛 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수퍼보울. 2007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수퍼보울 하프타임쇼에서는 프린스가 나왔다. 보라색 기타를 들고 나온 그가 애절한 목소리로 대표작 퍼플 레인을 부르는 순간 신기하게도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너를 슬프게 하려던 건 아냐. 너를 아프게 하려던 것도 아냐. 너의 웃는 모습을 단 한 번만 더 보고 싶었어. 보라색 비를 맞으며 웃는 너의 모습을." 날카로운 기타 소리와 프린스의 부르짖는 노래가 울리는 순간 떨어진 '보라색 비'는 시청하는 모든 사람을 감동케 했다. 역대 수퍼보울 하프타임쇼의 최고봉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잡기 힘든 색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 왜곡되기 일쑤다. 보라색이라고 찍었는데 사진으로 보면 거의 파란색처럼 나타난다. 무지개의 보라색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 제 색깔이 잘 안 나온다. 파장이 가장 짧은 색이라 직진성이 매우 강해 카메라 센서가 제대로 캐치하기 힘들다고 한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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