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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휴대폰 세상에 갇힌 아이들

주말 오전. 지인의 페이스북에 사진이 올라왔다. 식당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두 자녀가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사진 밑에 이렇게 적었다. "브런치를 먹으러 두 자녀와 식당에 갔다. 나와의 대화는 관심도 없고 테이블에 앉자마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나도 똑같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린다. 몸은 함께 있지만 각자의 휴대폰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사진과 글은 요즘 부모와 자녀의 평범한 모습이다. 신세대들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 하고 싶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한다. 그리고 대화는 짧지만,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감정표현을 하는 세상에 산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1세대 부모들은 예의범절을 배우고 도전해 온 자신들의 젊은 학창시절을 보며 우려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우려가 더 심각하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휴대폰 세상에 갇혀 지내다 보니 조그만 일에도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LA통합교육구(LAUSD)는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감정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마다 정신질환 예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고 있는 중이다.

2년 전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아시안 여학생들의 특징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당시 내용은 아시안 여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백인, 흑인, 라틴계 학생의 뒤를 이어 자기 신념이나 기대감 부문에서 인종별, 성별을 통틀어 최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LAUSD의 로베르토 마티네즈 지역 교육감이 자신의 관할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아시안 여학생들은 실력은 뛰어났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마티네즈 지역 교육감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강압적인 대입 준비를 꼽았다.



이 외에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인종별 중 최하를 기록했다. 학년별로 보면 그나마 4학년 때는 백인 학생 다음으로 높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백인, 흑인, 라틴계 학생의 뒤를 이어 바닥을 그렸다.

성공 마인드에 대한 조사 결과도 아시안 학생이 가장 낮았다.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자화상(self-image)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티네스 지역 교육감의 발표내용을 분석한다면 아시안 여학생은 도전적인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남들보다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결과를 끌어낸다.

'성공마인드'를 그린 또 다른 그래프에서도 아시안 학생들의 결과가 가장 낮았다. 이 그래프 역시 초등학생 때는 비교적 높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에서는 내림세를 그려나갔다. 그나마 결과가 조금 나은 건 '사회인식(social-awareness)' 부문으로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학교나 커뮤니티, 사회에서 실력이 뛰어난 한인 학생들에게 자기효능감이나 성공마인드가 낮게 나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 교사들은 좋은 대학, 좋은 직업 등 성공에 대한 강박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말대꾸하지 마!"라는 말로 꾸짖는 한인 학부모들의 태도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마티네즈 지역 교육감은 "모든 게 복합적으로 섞인 원인이다. 자녀가 갖고 있는 적성이나 호기심 등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첫 번째 단계"라고 조언했다.

곧 개학이다. 발 빠른 학부모들은 벌써 개학에 맞춰 새 학년을 준비시킨다. 공부도 좋지만 남은 여름방학 동안이라도 자녀가 원하는 일을 도전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 점검해보면 어떨까 싶다.


장연화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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