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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즐기는 거야"…1시간 춤추니 스트레스 싹~

잘 노는 사람들…줌바댄스 이영신씨

"전재산 날리고 남편 잃고
인생 바닥친 후 새로 시작

줌바댄스하며 우울증 극복
덤으로 주변엔 칭찬 선물"

이영신씨가 토런스에 있는 LA피트니스센터의 줌바댄스 클래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이씨의 메디케어 보험이 피트니스 멤버십을 커버해줘 이씨는 피트니스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영신씨가 토런스에 있는 LA피트니스센터의 줌바댄스 클래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이씨의 메디케어 보험이 피트니스 멤버십을 커버해줘 이씨는 피트니스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엇을 하고 노시나요? 양식장 송어도 바닥에 자갈 깔고 깎꿍할 수 있는 덮개를 넣어 놀게 해줬더니 병에 안걸리고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잘 놀고 계시나요? 어려서 잘 놀아야 커서 몸도 마음도 튼튼하다지만 사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잘 놀아야 행복하다.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에 매달리며 재미없게 살다보니 막상 시간이 생겨도 무엇을 하고 놀아야할지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름 잘 놀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을 만나기로 했다. 삶에 활력을 주는 놀이, 놀이의 세계에 발을 담가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작은 칭찬에도 기분이 좋아져 별일이 없어도 하루가 즐겁고 또 대부분은 칭찬받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날 만큼은 더욱더 정성을 기울인다.

신문사 프론트 데스크에서 고객들의 전화에 응대하고 오고가는 손님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는 이영신씨. 그의 하루는 늘 작은 칭찬 한마디로 시작한다. 대단한 건 아니다. 좋은 글을 쓴 기자에게는 "기사 재밌게 잘 읽었어요. 도움이 됐어요"라고 한마디 건네고 머리 스타일이 바뀌거나 특별히 차려입은 직원에게는 "오늘 멋져요. 좋은 일 있나봐요"하고 알아봐주는 인사를 한다. 노인분이 영어서류를 들고 와 도움을 요청하면 "오죽하면 이걸 여기로 들고왔을까" 싶은 마음에 아는대로 해석해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세요"라는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일 성격상 별의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유쾌하지 않은 일이 더 많을텐데 어떻게 저렇게 목소리에 생기가 돌고 작은 몸동작에도 에너지가 넘칠까, 분명 사람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뭔가 그만의 비결이 있을거야, 궁금한 마음에 시작한 인터뷰였다.

"60이 넘은 나이에 일할 기회를 준 것이 고마워 프론트 데스크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했더니 칭찬이더라구요. 느낀대로 몇마디 했는데 다들 좋아하는 것을 보니 보람이 생기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됐어요."

사실 인터뷰를 하면서 소설 한 권은 족히 쓰고도 남을 그의 인생사를 들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은퇴를 하려고 부동산을 팔고 빌딩을 담보로 투자를 했는데 잘못되는 바람에 거의 전재산을 잃었고 건강했던 남편은 그 충격에 쓰러져 3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하나 남은 빌딩을 지키려고 법정싸움을 시작했으나 7~8년 이어진 소송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결국 변호사만 좋은 일시키고 헐값에 팔아야 했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지금은 그 빌딩이 1000만달러를 호가하는 베니스비치의 명소가 됐단다.

"갚아야할 돈은 계속 돌아오는데 막지를 못하니까 사람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맨날 돈걱정에 수치스럽고 초라해지고, 빚만 청산할 수 있으면 살 것같은 마음에 빌딩을 팔고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났어요. 알거지가 됐어도 홀가분했는데 나중에서야 너무 큰 재산을 쉽게 포기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한동안 집에만 처박혀 지냈다. 저러다 딸이 폐인이 될까 걱정한 친정엄마가 취직을 하라고 노래를 불렀다. "낼 모레가 70인데 누가 나를 쓰겠느냐"며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프론트 데스크 일자리를 얻게 됐고 차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남편 잃은 슬픔과 재산 잃은 억울함이 가지시는 않았다. 자다가도 몇 번씩 벌떡 일어났고 우울증세로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때 의사가 운동을 권유했다. 그가 보여준 넘치는 생기와 에너지의 비결은 바로 운동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춤을 추며 운동하는 줌바댄스였다.

줌바댄스를 시작한지 2년여. 신나는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1시간 가량 열정적으로 춤을 추다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으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저멀리 사라진다. 엔돌핀이 샘솟는지 얼굴에는 절로 웃음꽃이 피고 춤을 끝내고 나서도 즐겁고 행복했다.

"따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 처음 가서는 쭈뼛쭈뼛했는데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따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에 부치면 쉬었다 해도 되니까 즐기면서 하라고. 그 말이 얼마나 마음에 다가오던지, 마치 제 인생을 향해 던진 메시지 같았어요. 그래, 그저 즐기는 거야."

쉬기는 커녕 시간 가는줄 모르고 푹 빠졌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는 거의 매일 줌바댄스 클래스로 달려갔다. 소질이 있다는 선생의 격려에 더 열심히 뛰었고 그런 엄마가 고마운 아들은 "줌바는 이런 옷을 입고 하는 것"이라며 엄마 손을 잡고 스포츠 의류 매장에 가 옷이랑 운동화를 선물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춤을 추면서 나 자신을 표현하다보니 자신감도 살아나고. 제 인생이 완전 바닥을 쳤었는데 요즘은 참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줌바댄스 덕에 즐거운 이영신씨 덕에 나도 즐거웠다. "30년 가까운 기자생활에 5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칭찬 받으니 좋더라구요. 관심 갖고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이영신씨!"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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