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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재기 근절 해법은 소비자 신뢰

홍희정 / 경제부 기자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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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5/2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5/20 19:14

지난 3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사재기가 이슈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비상상태가 선포되면서 화장지와 식료품 등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생필품을 사기위해대형마켓 앞에 줄지은 사람들, 그리고 텅 빈 진열대는 연일 전파를 통해 전해졌다.

사재기는 비상 상황으로 물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하고 품절 현상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불안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사재기 분위기 속 나도 뭔가 대량 구매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불안감. 결국 소비자 공포가 사재기와 품절의 도돌이표 현상을 만들게 된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듯, 사재기도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번지는 속성이 있다. 화장지, 식료품, 손세정제는 물론 기저귀, 분유, 아기용 물티슈까지. 마스크를 한 번에 100장, 200장 구입하는 것도 불안한 마음이 반영된 소비 행태이다.

최근에는 미용실을 가지 못해 셀프 미용을 하겠다며 바리캉 구입에 관심이 주목됐다. 체온계 구입을 하는 기업 및 가정들도 늘어났다. 바리캉, 체온계가 품절 현상을 빚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켓 등을 취재하며 한 소비자에게 물었다. “휴지 구입 주기가 며칠이에요?” 그랬더니 “3일 전에 샀다”고 한다. 그가 구입한 휴지는 12개짜리 묶음이었다. “사흘 만에 또 사세요? 왜 이렇게 자주 사세요?” 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사람들이 사니까 나도 모르게...”

어쩌다 오늘 손님이 몰려 매대에 물건이 없으면 ‘내일 다시 와서 사야겠다’는 생각보단 ‘오늘 안 사면 큰일난다’는 불안감이 만연하다. 대부분 마켓들은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해 주요 물품의 구입 수량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후에는 매대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엇이 이토록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 것일까. 반면 한국에선 같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 사재기 현상은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반짝 온라인 주문이 많아졌지만 이내 안정화를 찾았다.

CJ대한통운 자료에 따르면, 2월 중순 배송량이 급증했지만 배송 일정만 조금 늦췄을 뿐 공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3월 첫째 주가 되자 급격히 몰린 주문량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이전의 물량으로 회복됐다.

한국에서도 불안심리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안정적인 배송 시스템, 충분한 물량 공급. 무엇보다 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바로 그 신뢰가 소비자의 사재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파고들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전염병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얼마든지 코로나19 사태를 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소비자 공포 속 사재기 현상이 발생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체계적인 배송 및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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