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말 망한다…은행 계좌 보여주며 사정했다"

70세 한인 식당 업주의 '코로나와 전쟁'
혼자 남아 겨우 버티는데 명령 위반 티켓은 500불
입구엔 보건규정 스티커만 12개…"인생 허무하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대니얼 허 사장은 팬데믹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보건국으로부터 티켓까지 받았다. 허 사장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김상진 기자

한식당을 운영하는 대니얼 허 사장은 팬데믹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보건국으로부터 티켓까지 받았다. 허 사장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김상진 기자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사정했다.

허 사장이 지난 3일 보건국 조사관으로부터 받은 500달러짜리 티켓.

허 사장이 지난 3일 보건국 조사관으로부터 받은 500달러짜리 티켓.

장사는 바닥을 치고 있다. 설렁탕 한 그릇이 10달러 내외다. 받아든 티켓은 500달러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시기다. 요즘 수십 그릇 더 파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노워크 지역 허대감돌솥설렁탕의 대니얼 허(70) 사장은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급기야 LA카운티공공보건국 조사관에게 은행 거래내역서까지 내밀었다.



"보세요. 이러다 우리 정말 망합니다."

조사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3일 허대감돌솥설렁탕측은 보건 명령 위반으로 티켓을 받았다. 업소 입구에 손 소독제 사용 입장 가능 인원 등의 표시를 붙여놓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발부 명목은 '고위험(high risk) 식당'이다.

허 사장은 "19년째 식당을 운영중인데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였다"며 "심지어 타업소 업주와 함께 100달러를 내고 주문한 보건 규정 안내 스티커도 이제 막 받은 상태였다. 스티커를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붙이겠다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티켓을 받아든 허 사장은 "스티커를 받자마자 빨리 붙였어야 했다. 어쨌든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름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일부러 규정을 어긴 건 아니었다. 지금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요즘 김치와 깍두기까지 혼자 담근다"고 했다. 종업원들이 없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상이 급격히 감소한 탓에 불가피하게 인력을 줄인 탓이다.

허 사장은 "조리부터 포장까지 혼자서 식당을 꾸려나가고 있다. 나이 일흔에 영어도 부족해 조사관의 말을 다 알아듣기도 힘들다"며 "정말 열심히 일궈온 식당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장 식사로만 버티는 것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 당국의 봉쇄 정책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 설상가상이었다. 그가 조사관에게 은행 내역서까지 보여주며 간곡히 사정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허 사장은 "심지어 조사관은 그날(3일) 적발해 놓고 '티켓을 안 가져왔다'면서 그 다음날(4일) 티켓을 가져와 발부했다"며 "그렇다면 재량에 따라 봐줄 수도 있던 문제라고 본다. 현재 업소 입구에는 12개의 보건 규정 안내 스티커를 모두 붙여 놓았다"고 말했다.

한편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은 보건국의 야외 식당 영업 금지 조치와 관련 지난 8일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과학적 또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본지 12월9일자 A-1면> 식당 영업과 감염 위험의 관련성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LA카운티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후 LA카운티내에서는 식당을 비롯한 교회 피트니스 등을 대상으로 총 139건의 티켓(citation)이 발부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