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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팬데믹 서바이벌 스토리

인적과 차량 통행이 줄어든 거리는 황량하다. 익숙했던 업소 중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뀐 곳이 많다. 겉만 봐서는 영업 중인지, 폐업했는지 알기 힘든 곳도 늘었다. 여기저기 업주들의 한숨이 커진다. 기댈 곳은 없고 묘수도 떠오르지 않는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LA 한인타운도 생존에 대한 고민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대로 고사하느냐는 절체절명의 시기지만 힘을 내는 한인 기업들이 있다.

삼호관광은 제대로 된 식당을 만들고 있다. 사옥에 딸린 카페 엠코(M.CO)의 업그레이드. 현재 임시인 식당 영업 승인을 영구 퍼밋으로 바꾸는 중이다. 1, 2층 야외 패티오와 단독 주차장 공간도 새롭게 단장한다.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를 넘어 와인에 어울리는 디너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영임 부사장은 “놀라운 메뉴를 선보여 타운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것을 해야지 살아 남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USA는 온라인 쇼핑몰 키우기로 분주하다. 한국 정품만 취급하는 올케이굿스닷컴(allkgoods.com)은팬데믹 초기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의 수요가 폭발하며 매출이 수십 배 뛰었고 지금도 지난해보다 5~6배 많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브랜든 이 대표는 “팔린다는 확신이 생겨 직수입 판매도 추진 중”이라며 “올해 안에 아마존에서 올케이굿스를 론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뱅크카드서비스는 식당 테이크아웃 웹사이트 ‘투고투고닷컴(2go2go.com)’을 성공시켰다. 식당에 약 30%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배달 앱과 달리 투고투고는 무료다. 카드 프로세싱 업체의 장점을 살려 현금화 속도도 2배 이상 빨라 업주들이 반긴다. 소비자는 할인 쿠폰으로 돈을 아낀다.



미셸 신 부사장은 “3월 선보인 뒤 500여개 식당이 가입했고 하루 페이지뷰는 4000회에 이른다”며 “뱅크카드서비스는 타운에서 자란 회사다. 가맹점들이 더 큰 위기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키워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후나 마사지체어도 지난 3~4월은 힘겨웠다. 하지만 5월 육군 조달사업이 성사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각 부대의 PX와 전용 인터넷몰에 제품이 소개되며 3년간 들인 공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홈디포에 입점하고 남아공, 대만, 필리핀, 유럽과 일본 진출까지 추진한다. 제이 안 대표는 “모방 제품이 판을 치지만 핵심 기술은 흉내 낼 수 없다”며 “완벽한 무중력 체험, 정교한 움직임과 원적외선 방출, 고무 나사로 줄인 소음까지 안마의자 하나만 연구한 성과”라고 웃었다.

주류사회도 비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일본 교토의 한 신사 앞에서 올해로 1020년째 구운 모찌를 파는 노포를 취재했다. 그리고 알아낸 비밀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이윤 극대화도 성장이나 확장도 아닌 생존이란 사실이다. 가업을 잇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릴레이 선수처럼 끝없이 달리는 것. 이것이 1000년 넘는 세월 동안 전쟁, 돌림병, 자연재해, 개항과 제국의 흥망성쇠를 견딘 원동력이었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패전에서 체득한 리스크 기피 성향, 낮은 부채비율과 자본지출의 제한, 장기간 버틸 운영자금을 쌓아두는 준비성 등의 특징을 보였다.

1000년 가게의 주인은 먼 곳에서 온 이방인에게 “생존을 위한 더 높은 목적으로 우리는 신사를 찾는 순례자를 섬긴다는 ‘본질’에 매 순간 집중한다”고 귀띔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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