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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결벽증을 치료하신 분

엄 영 아 /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 허물이나 약점, 병이 있다. 하지만 알아도 고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결심으로도 고쳐지지 않고 교육으로도 잘 고쳐지지 않는 이 허물을 옆에서 시종일관 참아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결벽증 환자에 가까웠다. 어릴 땐 수건이 조금이라도 삐뚤게 걸렸다고 생각되면 학교로 가던 도중에도 되돌아 집에 와서 똑바로 걸어놓고 가야 했다. 이불이 귀가 딱 맞게 개어지지 않으면 안 되고 교복을 다리다가 구겨지면 다시 다려 그 자국이 나타나도 안 되며 운동화와 교복 칼라는 매일 빨아야 했으니 나를 도와 일하는 언니가 전전긍긍 많이 힘들어했다. 먼지는 손끝으로 닦던 나는 남동생이 방에 들어오려고 하면 방문 밖에 세워놓고 총채로 탁탁 털고 난 후에야 들어오도록 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은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남편이 보내온 편지를 보고 난 이런 행동을 비로소 깨달았다. 부끄러운 생각에, 후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지만 기억이 정지되는 순간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괜찮아. 그래도 돼. 타고 난 병인걸.' 스스로를 용서해 보았지만 그 부끄러운 그 시간은 태엽처럼 되감기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단둘이 사는 신혼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첫애를 낳고부터 청소와 우유병 소독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잠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과로에 피로가 쌓여 95파운드까지 살이 빠졌다.



미국에 오신 친지 한 분이 나를 보고 놀라셔서 한국에 연락했고 친정어머니가 4개월 만에 급하게 미국에 오셨다. 엄마는 공항에서 나를 보시고 너무 말라 몰라볼 정도라며 가슴이 찢어진다며 우셨다. 오시는 날부터 엄마는 4개월 된 큰애를 데리고 주무셨다. 내가 큰애 목욕시키는 것을 보시고 엄마는 "그렇게 자주 씻기다가는 씻기다 죽이겠다"며 걱정을 하셨다.

부엌 가스스토브는 빤짝이게 닦아 놓고 화장실도 누가 사용하고 나면 곧바로 들어가 닦았다. 목욕탕은 윤이 나도록 매일 닦고 소파도 먼지가 없다고 생각이 될 때까지 털었다. 남편이 살림과 아이 기르는 것을 매일 도와주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기가 셋이나 되니 일이 더 많아져 몸이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나의 결벽증을 참아주었다. 세 아이를 다 키울 때까지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날부터 결벽증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고쳐질 것 같지 않던 결벽증 습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싱크대에 컵 하나라도 있으면 참지 못하던 내가 어느 날부터 컵 하나쯤 있어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게 되었고 수건이 좀 삐뚤게 걸려 있어도 마음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무도 고칠 수 없는 병을 하나님께서 은혜로 고치셨다. 하나님은 치료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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