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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아버지가 살아 계신 볼디산

지난 4월 7일, LA카운티 최고봉인 볼디산 등정을 하러 집을 떠나신 아버지께서는 정상에 오르신 후 하산하시면서 실족으로 안타깝게 별세하셨다.

한국 나이로 여든의 연세에 올해말까지 볼디산 1000번 등정을 목표로 작년에만 252회 등정하시고 올해에도 50회 등정하시다 그런 사고를 당하셨다. 800여 차례 정상에 오른 산이었지만 정상에 오르셨을 때는 이미 어두워 졌고 기후도 좋지 않고 눈덮인 정상에 비까지 내려 하산하실 때 원래 오르셨던 트레일이 아닌 경사가 심한 다른 방향으로 잘못가시다 사고를 당하신 것 같다.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7개월이 지난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아버지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목표, 삶의 열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기리면서 아버지를 추모하는 마음 담아 이 글을 쓴다.

1938년 생이셨던 아버지께서 등산을 하기 시작하신 건 환갑이 지난 후였고 69세 때 은퇴하고 나신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등산을 하셨다. 비록 늦은 연세에 시작하신 등산이었지만 어느 젊은 산악인 못지 않은 열정과 집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산행을 하셨다. 2013년에는 75세 연세에 8개월 만에 왕복 15마일에 7200 피트를 오르는 아이언 마운틴 등정을 100번 하셨고, 작년과 올해에는 볼디산을 500회 등정하여 그 전 500회와 합쳐서 1000번 등정이 목표였다.



맨커 플랫(Manker Flat)에서 스키엇 트레일(Ski Hut trail)로 정상까지 4000피트 고도를 오르는 왕복 10마일 산행을 작년 한때는 100일 이상 연속으로 하셨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컬버시티 자택에서 1시간 반을 운전하셔서 힘든 산행을 마치고 오곤 하셨다. 단지 산이 좋으셔서 매일 할 수 있는 산행은 결코 아니다.

등산을 하시면서 길을 잘못 든 등산인들을 지나친 적이 없으셨고 준비하신 음식이나 물을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셨다. 날씨가 좋은 여름에는 정상에서 1,2시간씩 시간을 보내시면서 산친구를 사귀셨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분들과 태극기, 한반도기, 성조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셨다. 겨울산행 때는 그 추운 날씨에도 묵묵히 늘 정상까지 가셔서 홀로 정상 인증샷을 찍고 오셨다.

아버지께서는 볼디산 1000번 등정의 목표를 달성하여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정신적 유산을 남기고 싶으셨다. 1000번 등정 후에는 볼디산 등정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싶어하셨다.

산에서 만나 많은 영감을 준 사람들에 관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하셨다. 체중이 400파운드 가까이 되는 남자분이 등산을 통해 체중을 줄여 지금은 경찰이 된 이야기, 아프카니스탄에서 폭탄을 맞아 무릎 위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의족을 하고 볼디 정상에 오른 여군에 대한 이야기 등을 공유하고 싶어하셨다.

지난 토요일에 아버지를 만나러 아버지가 늘 오르셨던 길을 따라 볼디 정상에 올랐다. 아버지의 기운이 느껴졌고 내 심장을 흔들었다. 돌아가신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께서 살아 생전 하시듯 멀찌감치 먼저 앞장서 걸으시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계셨으면 지금쯤 목표한 1000번 등정을 끝내셨을 것이다. 정상에서는 아버지를 만나본 적 있는 60대 두 의사분을 만났다. 나를 안아주시면서 이 산에는 아버지가 영원히 계신다고 위로해주셨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정적인 삶을 사셨던 아버지가 더욱 그립다.(유튜브에서 Tribute Seuk Doo Kim 또는 '김석두 추모' 를 검색하면 아버지 추모 동영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동영·의사(고인의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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