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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1절…94년전 외국인 선교사 문건 본지 단독 공개

"천황 예배 요구말라"
일본 총독에 청원서
UCLA 옥성득 교수 발굴 공개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일본 총독부에 '종교의 자유'를 강력히 요구하며 보낸 서신 원문이 발견됐다.

UCLA 옥성득(사진) 석좌교수(한국기독교학)가 번역해 본지에 최초로 공개한 이 서신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것이다. 서신 제목은 '조선의 종교적 자유 청원서(An Appeal for Religious Freedom in Korea)'로 당시 조선선교회연합공의회가 1919년 9월29일 일본 총독 사이토 마코토에게 공식적으로 보낸 문서다. 총 16페이지로 구성된 청원서 원문(아래사진)은 기존에 공개된 것과는 달리 조선선교회연합공의회가 일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 내용과 요구사항들이 담겨 있다.

서신에는 ▶한국어로 가르치고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것 ▶순사나 헌병에 의해 파괴된 교회 재산에 대해 총독부가 배상할 것 ▶검열제도 페지 또는 부담을 완화할 것 ▶성경수업과 예배를 허락할 것 등의 요구가 담겨있다.

UCLA 옥성득 교수는 "그동안 알려져 있던 청원서는 일본이 검열을 거쳐 일부 내용과 표현을 30% 정도 삭제한 문서 또는 요약본이었다"며 "이번에 청원서 원문 전체를 번역한 것은 최초로 1910년대 식민 통치의 실상과 3.1운동을 계기로 변화된 일제의 통치전략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청원서 원문에는 "조선 총독부의 통치 10년의 경험은 현행 법규 하에서는 진정한 종교적 자유를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증명했습니다. (중략) 기독교인이 천황을 하나님으로 하나님과 동등한 분으로 혹은 신으로 예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정중히 촉구합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청원서를 작성한 조선선교회연합공의회라는 단체는 당시 교단을 떠나 조선 내 모든 선교사 및 선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였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 총무를 역임한 휴 밀러가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었고 연희전문학교 교수였던 B.W 빌링스 박사가 총무로서 청원서에 직접 서명했다.

옥 교수는 "이 청원서는 일제의 교육과 종교 정책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약소국의 독립문제가 거론됐던 파리평화회의에도 이 청원서가 전해져 전 세계에 조선의 상황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고 밝혔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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