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최선호 역사 칼럼] 미국과 한반도의 첫 만남

모든 생명체는 대체로 바뀌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바뀌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 하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모든 생명체가 스스로 적응하려고 노력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바뀌는 현실에 적응하지 한 생명체는 이미 소멸해 버리고 생존하여 살아남은 생명체만 보이니까 모든 생명체가 바뀌는 환경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좌우간 바뀌는 환경에 남보다 빨리 적응하지 못 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미래를 지향하며 살면 남보다 앞서서 바뀌는 환경에 빨리 적응하지만, 과거에 얽매여 살면, 남에게 뒤처지기 딱 알맞다. 우리의 조국인 한반도가 바뀌는 국제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 해 무척 고생했던 적이 있다. 19세기의 국제 환경에 적응치 못 해 20세기에 와서는 결국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1840년 중국의 청나라는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해 강제로 문호를 열다시피 했다. 문호를 열기는 했지만, 자발적으로 문호를 연 것이 아니라, 강압에 못 이겨 문호를 연 것이다. 이때 미국도 1846년 중국과 통상조약을 맺고 무역을 시작했다. 사실 청나라는 내심으로는 문호를 열 생각이 없었다. 문호를 열면 청나라 제국의 정치 체제 유지에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면서 은근히 문을 걸어 잠그는 정책을 폈다. 그러자 조선에도 쇄국정책을 펴야 한다는 사상이 전달되었다. 조선이 당시 청나라의 속국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조선의 지배층도 청나라처럼 정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은근히 걱정했던 것이 그 이유이다. 수십 년 동안 조선은 문을 걸어 잠그고 구미 열강의 끊임 없는 통상 요구를 거절했다.

1861년부터 1865년 사이의 남북전쟁으로 인해 한동안 뜸했던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 1866년 조선에 다시 통상을 요구하다가 마침내 폭력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바로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다. 제너럴 셔먼호는 남북전쟁 때에 영웅으로 취급받은 바 있는 셔먼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배의 이름이다. 무기로 무장한 상선인 제너럴 셔먼호는 1866년 7월 대동강을 따라 올라가 평양 부근에 다다랐다. 이때 제너널 셔먼호 선원들이 비협조적인 조선 민간인들을 향해 포를 발사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격분한 조선인들은 제너럴 셔먼호를 불태워 버리고 24명의 선원들도 모두 불에 타 죽었다. 북한의 김씨 왕조는 김일성(김성주)의 증조할아버지가 이때 맹활약했다고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 좌우간 이때라도 조선이 미국의 통상에 응하고 잘 관리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너무 늦지는 않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인지라 미국은 제너럴 셔먼호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이 배의 행방을 알기 위해 조선 안에서 조사를 하고자 시도했으나 조선이 강하게 거부하므로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1871년 미군이 강화도에 상륙하여 조선군을 공격한 사건이 이 일어났다. 신미(辛未)년에 일어난 서양의 소요(騷擾) 사태라고 해서 ‘신미양요’라고 한다. 신미양요에서 미국 군대는 많은 조선인을 살상하면서 전투에서는 승리하는 듯했으나 계속되는 조선군의 공격에 버티기가 버거워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대신 미국은 일본에게 조선의 문호 개방을 맡아 주기를 부탁하고 조선에서는 손을 떼다시피 했다. 이때부터 일본이 조선에 진출하는 것을 미국이 지원해 주는 꼴이 되었다.



참고로 일본도 쇄국정책을 펴다가 1850년대에 구미 열강과 문호를 개방하여 서양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부강해져서 불과 50년 만에 한반도를 집어삼키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 불과 20년 차이의 문호 개방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집어삼키게 되는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도 매우 불안하다. 지금도 변화하는 국제 상황에 재빨리 대처 못 하고 과거에만 매달려 미래를 보지 못 하는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안타깝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