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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째 카네기홀 공연 여전히 두렵네요"

뉴욕서 만난 바이올린 거장 정경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
6곡 전곡 하루에 연주 체력싸움
"손가락 부상 덕에 인생.음악 눈떠"


인간은 누구나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다. 처음 사랑을 느낀 순간, 첫 딸을 만나는 순간, 세상을 놀라게할 만한 '유레카'를 발견한 순간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에게 이런 순간은 196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때가 아니었을까. 아시아에서 온 가냘픈 19살짜리 소녀가 신들린 연주로 객석의 혼을 빼놨던 첫 무대다. 그로부터 정확히 50년이 지난 이달 18일 정경화가 단독으로 카네기홀 무대에 다시 선다.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보고 싶은 카네기홀 무대만 이번이 20번째다. 거장다운 면모다.

역사적인 무대를 앞둔 정경화를 최근 뉴욕 맨해튼 그의 아파트에서 만났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무대를 떠났다가 재기에 성공한 정경화는 "부상을 입고 좌절했다면 이번 카네기홀 공연은 없었을 것"이라며 "부상 덕분에 인생과 음악의 참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카네기홀은 어떤 곳인가.

"13세 때 고향을 떠나 뉴욕에서 음악 공부를 하면서 하늘같이 우러러보던 곳이 카네기홀이다. 제일 싼 티켓을 구입해 카네기홀 공연을 보면서 '나는 언제 성공해서 저런 무대에 서보나'라고 꿈에 그리는 장소였다. 그런데 6년 뒤인 1967년 그곳에서 열린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이번이 카네기홀 20번째 공연이다. 긴장하진 않을 것 같은데.

"가장 익숙한 무대는 1970년에 섰던 런던 페스티벌홀이다.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후의 무대여서 기분이 달랐다. 당시 런던 무대가 생생하다. 관중들의 열광, 기막힌 환호, 우레와 같은 박수…. 집에 온 것처럼 런던은 편하다. 그러나 카네기홀은 그렇지 않다. 꼭 성공해서 오르고 싶은 무대였고, 아는 사람이 많이 지켜보는 홈타운인 만큼 여전히 두렵다."

-연주할 바흐 무반주곡에 대해 설명해달라.

"카네기홀 대극장에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 전곡을 하루에 연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에베레스트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기술이 필요하다. 두 차례의 휴식을 거쳐 3시간 반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체력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지금 이 나이에 체력을 받쳐주는 건 오로지 정신력뿐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줄리아드대 교수를 5년간 하면서도 느낀 게 많았고 무엇보다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게 가장 유익했다. 쉬면서 느낀 게 바로 음악의 뼈대는 바흐라는 생각이다. 2010년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다음 2012년 무의식적으로 바흐로 향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신이 나에게 주신 명령이라고 느꼈다. 이번 공연을 내 멘토인 이반 갈라미안 교수에게 헌사한다."

-갈라미안 교수는 어떤 스승이었나.

"처음 사사했을 때 '네가 여자라서 안 된다. 성공하려면 결혼하지 말아라. 교회 나가지 마라. 내가 네 하나님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엄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복종했다. 19세에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난 후 처음 칭찬을 들었다. 평생 나를 지켜줬다. 그의 가장 큰 가르침은 인내다."

-연주 중 실수도 하는가.

"지금까지 실수 안 한 연주는 없었다. 요즘 젊은 연주자들의 테크닉은 그야말로 훨훨 날아다닌다. 자찬은 아니지만 팬 중에 한 사람이 나의 연주는 무르익은 와인 같고 젊은 음악도의 연주는 주스 같다는 얘기를 한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고통을 경험한 사람만이 바흐의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은 정직(honest)하다."

-한국에선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바흐의 하모니는 기가 막힌다. 바흐의 하모니를 국민 화합으로 응용할 수 있는 리더가 나오면 좋겠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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