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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페셜] "돈보다 한식 자체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10살 부터 뉴욕 거주 1년 1번 한국에 맛여행
의대 다니다 전향…부모 반대 심해 1년간 안봐
프랑스·일식 테크닉 접목 '전통-현대' 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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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1/09/30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1/09/30 17:15
맨해튼 헬스키친 내 한식당 '단지' 후니 김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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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미드타운 웨스트에 있는 유명 식당가 헬스키친 내 한식당 '단지(Danji·346 W 52스트릿)'. 개업한 지 1년도 안된 이 곳은 뉴욕의 수많은 한식당 중에서 지난달 뉴욕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오찬 장소로 선택돼 한인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뉴욕의 음식 비평가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그 맛을 인정받아 유명세를 치러 왔다. 개업 직후 뉴욕타임스는 물론, 월스트릿저널·뉴욕포스트·데일리뉴스 등 음식 평가에 까다로운 뉴욕 언론의 관심을 일제히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는 두 번에 걸쳐 이 곳을 소개하며 “훌륭한 요리”라고 평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이틀 동안 진행한 ‘7코스 메뉴 145달러 이벤트’는 온라인상에서 단숨에 품절되며 '단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매일 밤 ‘만석’을 기록하며 한식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는 '단지'의 대표 겸 셰프 후니 김(한국이름 김훈·38)씨를 만났다.



단지의 전 직원과 김윤옥 여사(가운데)가 자리를 함께 했다. [단지 제공]
단지의 전 직원과 김윤옥 여사(가운데)가 자리를 함께 했다. [단지 제공]
-김윤옥 여사를 맞은 소감은.

“김 여사가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개념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상당히 비슷했다. 김 여사는 '여러 방법으로 한식을 홍보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서 나도 '단지'를 오픈했기 때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 여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불고기 슬라이더
불고기 슬라이더
은대구 조림
은대구 조림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행사 두 달 전쯤에 자료로 받았던 김 여사의 요리책을 보다가 보쌈 사진을 보곤 ‘이거다’ 싶었다. 보쌈 요리가 참 다양한데, 그 사진에는 고기·백김치·무말랭이 세 가지만 등장했다. 깔끔했다. 이걸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 여러 차례 실험 끝에 간장·양파마늘 등에 고기를 재운 뒤 나만의 3색 보쌈을 만들었다.”

이날 김씨가 내놓은 특별 메뉴는 호박죽·두부튀김·파전·보쌈·은대구조림·갈비찜·된장찌개·흑임자 아이스크림. 단지는 10월 한 달 동안 김 여사 방문 기념 특별 메뉴인 ‘돼지고기와 백김치 보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아동복지단체에 기부한다. 김 여사의 요리책 ‘김윤옥의 한국이야기’도 함께 판매한다.

-어떤 음식에 대한 반응이 좋았나.

“특별히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아마 은대구조림이 아닐까 싶다. 가장 많이 드신 음식이었다(웃음). 음식이 모두 ‘한국 맛 그대로’라는 칭찬을 받았다.”

어떤 비밀이 있길래 너도나도 '단지'를 찾는 건지 궁금해졌다. '단지'를 방문해 요리를 직접 먹어본 뒤 그 해답은 ‘한국의 맛’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6석의 조그만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웨이터가 다가와 ‘서랍을 열어보세요’라고 나직이 말한다. 서랍을 열면 메뉴판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메뉴를 펼치자 ‘애피타이저-메인요리-디저트’가 아니라, 간단하게 ‘전통-현대’로 나뉘어 있다. '단지'는 전통 한식과 현대 한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전통 메뉴에는 골뱅이무침·육회·고추파전·잡채·안창살구이·갈비찜·부대찌개 등이 있다. 현대 메뉴에는 회와 초장, 오징어 튀김과 와사비 드레싱, 매운 닭날개·마늘 닭날개, 불고기·돼지고기 슬라이더(미니 샌드위치) 등이 있다. 최근에는 점심식사도 시작해 손만두, 덮밥 세트메뉴 등을 선보이고 있다.

-메뉴 구분이 특이하다.

“전통 메뉴는 한국 이름을 영어 발음대로 적었다. 한국에서 먹는 맛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현대 메뉴의 경우 특별한 이름은 없지만 내가 이해한 한국 음식이랄까. 맛은 한식이지만 음식을 선보이는 방식은 한식이 아닌 것. 예를 들자면, 불고기는 고기의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레미뇽(쇠고기 안심 또는 등심)을 사용하고, 파무침·오이김치와 함께 먹기 쉽도록 빵에 넣어 번(Bun)으로 만들었다. 현대 메뉴에는 1.5세인 내 정체성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음식 하나하나 내가 낳은 아이처럼 소중하다(웃음).”

-일반 한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요리법이다. 대니얼(Daniel·미슐랭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유명 프랑스 식당)과 마사(MASA·맨해튼 고급 일식당)에서 일하면서 프랑스·일식 요리 테크닉을 많이 익혔다. 여기서 배운 것을 한식에 적용해서 요리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 갈비찜은 손님들에게 내놓기 3일 전부터 준비한다. 프랑스식 ‘브레이즈(Braise·뭉근한 불에 오랜 시간 익히는 것)’ 기법을 이용하는데, 고기를 양념한 뒤 24시간 동안 재우고 익히는 등 손이 많이 간다. 그러고 나면 고기가 안팎으로 맛이 같고 부드럽다. 난 음식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국을 끓여도 시간이 지나면 더 맛있어지듯, 음식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요리하려고 노력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 식당에서 먹는 된장찌개는 오후 6시보다 10시에 먹는 게 더 맛있다. 그렇다고 꼭 늦게 오라는 얘기는 아니다(웃음).”

-원래 요리사가 꿈이었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이다. 미국에 이민온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 부모님도 내가 변호사나 의사가 되길 원했다. 커네티컷에 있는 한 의대에서 마지막 학기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좀 쉬라’고 권하더라. 그래서 쉬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차원에서 요리 학교에 등록했다. 부모님은 강하게 반대했다. 1년 동안 얼굴을 안 보고 지냈는데, 결국에는 이해해 주시더라.”

-뉴욕에서 주로 살았는데.

“그렇다.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영국에서 자라고 10살 때부터는 뉴욕에서 살았다. 한국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니 한국 음식을 모른다고 할 수도 있는데, 1년에 한 번씩은 단순히 ‘먹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좋아하는 식당으로는 삼각지에 있는 차돌박이 집, 강남 영동시장에 있는 김치찌개 집이 생각난다. 가끔 손님들이 ‘한국 음식 맛 그대로다’라고 칭찬해 주실 때 정말 기분이 좋다. 기쁘고 감사하다.”

-포부는.

“난 돈을 벌기보다는 한국 음식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돈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만들려고 할수록 성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본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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