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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내 새끼'는 귀엽지만

김세정 / 런던 GRM Law 변호사

지난달 영국에서 개가 다섯 살 소녀의 얼굴을 물어뜯은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개는 목줄을 매고 있었지만 입마개는 하지 않았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던 이는 견주의 80세 된 어머니였다. 노인은 12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여생 동안 개를 키울 수 없게 됐다. 견주 또한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평생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선고를 받았다. 개는 안락사에 처하게 됐다. 꽤 유사하고 결과는 더 좋지 않은 사건이 얼마 전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개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반려견을 가리켜 '우리 아이'나 '내 새끼'라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개를 키우는 마음이란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어느 정도는 비슷할 터다. 나보다 작고 귀엽고 나에게 의지하는 존재를, 책임감을 가지고 양육하며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애정을 가득 품고. 개나 아이 역시 애정으로 응답한다. 개가 돌려주는 애정이 아이가 주는 그것보다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더라만. 물론 어떻게 아이를 개에 비유하냐고 하는 사람조차 있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야 차이가 있겠느냐마는 개나 아이를 기르는 이의 태도는 한국과 영국이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거환경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르니 같지 않은 면이 당연히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한국의 부모나 견주들이 보이는 '나의 아이(개)는 남에게도 사랑스럽다' 내지는 '나의 아이(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재롱을 부리는 것은 분명 귀여운 모습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어쩔 수 없이 소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는 흐뭇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목줄도 매지 않은 개가 꼬리를 흔들며 남에게 달려들 때 견주가 우리 '아이'는 물지 않는다며 제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리지는 않을 수 있지만 흙 묻은 앞발을 들이대는 것 역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저 개가 무서운 사람 역시 분명히 있다.

자신의 아이나 개가 만인에게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믿음은 조심하지 않거나 쉽사리 사과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지는데, 이는 아이나 개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저 본성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어쩌란 말이냐는 것이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아이는 떠들고 움직이기 마련이고, 개는 뛰어다니고 사람에게 달려들기 마련이다. 적절한 훈육 내지는 훈련을 받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니 아이나 개를 가르치고 통제하는 것은, 그래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더 나아가 자기 아이나 개가 타인으로부터 미움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보호자의 책임이다. 위에 든 사건의 경우도 이전에 사람을 문 적이 있는 개에게 외출할 때 입마개를 씌웠다면 소녀를 물지 않았을 것이니 사람이 감옥에 가거나 개가 죽임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며칠 전 영국의 기차에서 있었던 일이다. 앞 좌석에는 커다란 검은 개를 동반한 여성이, 옆 좌석에는 두세 살 정도 된 아이를 데리고 탄 여성이 앉아 있었다. 목줄을 매고 입마개까지 한 개는 나에게 다가왔다가 주인이 목줄을 잡아당기면 돌아갔다가 또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때마다 주인은 개를 단속하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무어라 열심히 종알거리다가 다른 기차가 지나가면 펄떡펄떡 뛰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내 쪽으로 지나치게 다가오거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보호자는 아이를 제지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개나 아이가 제대로 말을 들은 것은 아니다. 개는 계속 다가왔고 아이는 여전히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지 개와 아이를 어쩌겠는가. 다만 타인 입장에서는 훨씬 마음이 낫더라는 이야기다. 완벽하게 말을 잘 듣는 개와 아이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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