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교차로] 아프고도 아름다운 동행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데이튼지역 한인회에서 세번째로 한국인 입양아 가족들을 위한 '우리는 한마음, 어깨동무 내 동무 잔치'(Leon on Me Celebration)가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데이튼 은혜교회에서 성황리에 거행됐다. 몸과 마음과 정성으로 준비한 심순귀 회장과 임원들이 바친 각고의 노력과 지역사회 원로들의 협조로 얻은 쾌거다.
공식행사를 맡아 일해 본 사람은 안다. 총대 맨 책임자가 얼마나 뼈 빠지게 노력 하는지. 어떤 행사던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참석 인원수가 적으면 망신살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양보다 질이라 다짐하지만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처럼 빈자리가 많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불러오고 싶은 심정이다.
입양아 가족을 위한 잔치를 개최한 첫 해는 참석한 사람 머리 숫자 세느라 피가 말랐다. 이제는 자리가 잡혀 땀 흘려 공들인 만큼 잔치가 풍성하고 넉넉해 졌다.
자식은 선물이다. 공짜로 받은 것이라서 평생토록 보살피고 잘 간직해야 한다.
선물 중에 가장 귀한 선물은 '살아있는 사람'을 받는 일이다. 남이 낳은 자식을 얻는 것은 공짜에 더 큰 축복을 받는 일이다. 하늘은 보통 사람에게 이토록 큰 축복의 선물을 주지 않는다. 남의 자식을 자기 자식 만큼 귀하게 정성으로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속에 하트 하나가 더 있다. 한국에서 입양한 딸애 친구 부모를 볼 때, 입양아 초청 잔치를 할 때 천사의 날개를 단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다.
입양아 부모들은 한국문화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알록달록 한복 입혀 손에 손 잡고 꼬부라진 한국어로 이름 부르며 얼마나 자랑스럽게 폼를 재는지.
아! 그런데 이번 행사에 가슴 아픈 아이를 보게 됐다. 행사 중간에 엄마 손 잡고 온 어린애 였는데 깜짝 놀라 내가 정신줄 놓을 뻔 했다. 아이는 얼굴부터 손 발 온몸이 짙은 핑크색, 아이가 전신 화상을 입은 걸까. 아이 눈은 찌그러져 있었다. 좌석을 마련해 드렸는데 애가 더운 곳에 있으면 숨쉬기 힘들다며 입구 쪽에 서 있겠다고 했다. 매튜를 위해 집 실내 온도를 60도로 낮추고 산다고 귀뜸했다. 장애아를 가진 나는 안다. 그 애가 정신박약아라는 걸.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아이 손 잡은 엄마는 차분하고 눈빛은 다정하다. 한시도 눈을 뗄수없이 설쳐대는 지적 육체적 외국인 장애아를 입양해 자기 자신처럼 키우는 어머니! 나는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이다. 장애인에게 과잉친절 베푸는 것은 실례, 잠시 행사 도우미를 하고 오니 매튜가 사라졌다. 북적대는 행사장이 더워 더 이상 견디지 못했으리라. 매튜야 그래도 행복하렴. 손잡고 함께 가는 엄마가 있으니까 넌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매튜 엄마 힘내요! 참 좋으신 하나님이 당신 가슴에 달아준 그 하트가 이웃에서 이웃으로, 사람 사는 마을 마다 가득한 꽃향기로 번지고 있어요.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