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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음식 조금만 바꿔보렴” 며느리 “칭찬 대신 타박해 섭섭”

20~60대 함께한 경청 포럼
‘지킬 것, 변해야 할 것’주제
세대 간 이해 넓혀 서로 힐링

"제가 며느리를 셋 뒀어요. 며칠 전 막내 며느리가 음식을 해 왔길래 '우리 집 식구들은 이렇게 먹으니 조금만 바꿔 보렴'하고 팁을 줬어요. 그랬더니 집에 가서 아들한테 '나 음식 안 한다'고 했대요." (김선애, 68세)

"시어머니한테 비슷한 말을 들으면 '왜 음식을 해 와도 타박을 하시지?' 생각하게 돼요. 아마 '뭘 이런 것도 해 왔니, 고맙다'는 칭찬이 먼저 듣고 싶었을 거예요. 시댁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죠."(고희영, 34세)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서소문로 월드컬처오픈(WCO)에서 열린 제3차 경청포럼 행사 중 참석자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20~60대 패널 14명이 참석해 '지켜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이란 주제로 6시간 동안 '힐링캠프' 방식으로 진행됐다. 1대 1로 짝을 지어 번갈아 가며 자신의 가치관을 글로 쓴 뒤 이를 상대방에게 10분간 말하면 상대방이 요지를 정리해 궁금한 걸 묻는 방식이다. 경청 규칙상 대화 중 말을 함부로 끊거나 끼어드는 행동은 금지돼 있다.

2030세대는 중장년층의 공동체 의식을 부담스러워했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이송희(28·여)씨는 "회사 임원들이 실적이 안 좋을 때마다 마치 가정이 무너진 것처럼 좌절하고 낙담하는 모습이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도 소중한 삶의 일부지만 나와 동일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젊은 세대의 마음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대 간 갈등이 있다고 부모님을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장민(25·여)씨는 "어른들을 보면 가끔 '꼰대 같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란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관 차이는 한국리서치가 서울시민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치관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20대 응답자 99명 중 72%가 '관습과 권위를 꼭 존중할 필요는 없다'고 답한 반면 50~60대(206명) 중 절반 이상이 '관습과 권위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50대 이상은 '사회적 원칙은 꼭 지켜야 한다'는 응답률이 80%에 달했지만 20~30대는 절반가량이 '원칙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조사 결과 세대 간 가치관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대화를 할 때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끝까지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시간에 걸친 대화 결과는 어땠을까. 안윤옥(71)씨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 오히려 더 인내심을 가지고 얘기를 들었는데, 가까운 사이에서도 이런 이해와 배려를 한다면 사이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장민씨는 "나에게 터놓고 마음을 나누지 못했던 부모님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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