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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혈선의 침묵

미꾸라지가 용이 되어도 좋다

날개가 바람이어도 좋다

뭉클한 그대의 뜨거운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먼지조차 쓰린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걸어도 좋다





가시 발 물길이라도

역사의 능선 위에 하나의 깃발이 꽂힐 수만 있다면

청홍이 섞인 색 위로 그 입김의 자유가

들어 올 수만 있다면

바튼 둑에서도 야윈 혀는 살이 찌고

들판은 머리카락을 세워 한을 잠재울 것이다



그해 여름에

발자국은 지워지고 그곳에 묻힌 통곡이

바다를 향해 분을 토할 때

그대

눈을 뜬 철책을 보았나

혈선의 신음 소릴 들었나



솟구치는 심장은 피를 쏟고

생 사슬을 목에 걸고 그 가슴에 구멍을 내었다



그것들이

쓸리다 넘어지지 않게

깎이다 허물어지지 않게

치받는 바람 앞에 머리 디밀고 서 있는

녹슨 그물망에서 늘 반신으로 솟구치는 시월



그대와 시간의 목은 부러지고

곧 훗날

곁에 서 있는 혈선의 자리에

풀들이 무성하니 그 닮은 별이 뜨리라


손정아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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