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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눈물이 빛나다

눈물에도 빛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습니다. 긴 봄 가뭄 끝이어서 반갑고, 시원했습니다. 밤이 지나고, 아직 안개 가득한 아침 길을 나섭니다. 젖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하늘이 더 멋집니다. 햇빛이 안개 사이로 비추고 나뭇가지를 깨웁니다. 이슬이 참 맑습니다.

아, 이슬이 왠지 그리운 눈물 같기도 하고 슬픔을 이긴 울음 같기도 합니다. 아직 돋지 않은 싹,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이 아직 만나지 못한 세상을 향해 나무 끝에 있습니다. 아침 이슬이 눈물처럼 맺혀 있습니다. 반짝입니다. 빛이 납니다. 아름답습니다. 눈물이 되고, 빛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이슬을 보면서 눈물도 빛이 난다는 걸, 아름답다는 걸 깨닫습니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혜민 스님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스님의 눈물은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외롭고 상처 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달래주는 눈물이었습니다. 눈물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린 시절 잊고 살았던, 어쩌면 잊고 싶었던 상처를 만나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 눈물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예전에 제 선생님께서 요한복음 강의를 하시다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설명하시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예수님의 심정에 감정이 이입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성인들의 고통에 감동을 하지만 감정이입은 잘 못하는 듯합니다. 성인의 깨달음과 고난은 그 순간순간마다 우리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줍니다.



눈물은 슬프지만 내 감정의 덩어리를 삭히는 빛이 되기도 합니다. 울지 말아야 한다고 배운 이후로, 울음을 참는 법을 배운 이후로 눈물은 왠지 감정의 과잉 분출처럼 생각이 된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언제 울어 봤는지, 언제 눈물을 흘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마음껏 울어 본 적이 없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부끄러운 일처럼 생각되니 흐르는 눈물도 감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실컷 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막혀 있는 감정을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눈물을 참으면서 수많은 내 감정은 켜켜이 쌓여서 한쪽에서 썩고 있었을 겁니다. 냄새도 났을 것이고, 아프기도 했을 겁니다. 진물처럼 내 속을 돌아다녔을 수도 있겠네요. 몸 구석구석에서 아픔으로 자라나고 한(恨)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이 많고, 화병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건 눈물이 몸속으로 흘러서 병이 되었을 수 있겠습니다. 때로 눈물을 흘려보내야겠습니다.

마음 치유 모임에 다녀온 분의 공통적인 내용은 어느 순간 한바탕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참고 있었던 마음의 걸림돌이나 짐이 한꺼번에 쓸려나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을 올바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눈물의 미학입니다. 실컷 울면 해결되는 일인데 우리는 그저 마음을 닫고 참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침 이슬이 있던 자리에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있습니다. 이슬이 빛이 되고, 꽃이 됩니다. 언젠가 열매도 맺겠지요. 오늘 나의 고통과 눈물은 빛이 될 겁니다. 많은 성인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저 아름다운 꽃은 눈물이 모여 피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빛나는 '눈물꽃'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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