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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또 한번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 연준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 연준. [연합뉴스]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 연준. [연합뉴스]

2009년 6월부터 10년 넘게 계속되어온 미국 경제의 확장기가 갑작스럽게 드라마틱한 종료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미국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4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인 -4.8%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투자은행들이 2/4분기에는 적어도 -3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례 없는 충격을 목도한 정책 당국의 대응 역시 전례없이 기민했다. 정부와 의회는 3월 말 가계와 기업에 대한 2조 달러가 넘는 규모의 전방위적 지원책(CARES Act)을 통과시킨데 이어, 1차로 준비된 350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급여지원금(PPP)이 고갈되자 한 달도 안 되어 바로 300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조달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의 대응은 더욱 과감하고 전방위적이었다. 그중에는 금리인하·양적완화 등 기존의 정책 옵션을 활용한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주목할 점은 연준이 앞으로 회사채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투자등급 채권은 물론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일부 투기등급 채권까지 매입하는 한편, 나아가 은행으로부터 일반 중소기업들에 대한 일반대출 채권까지 매입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민간기업들에게 연준이 직접 자금을 공급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연준은 지방채까지 매입자산 목록에 추가함으로써 그간 지방정부 재정 지원에 난색을 표해왔던 연방정부의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연준 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실물 경제의 혼란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갑작스러운 소득 충격에 맞닥뜨린 가계와 기업에게 생존을 위한 버팀목을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궤도에 진입하도록 돕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정책의 중장기적 효과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지만, 적어도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이라는 1차적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이 계획을 밝힌 것만으로도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 연준이 맞닥뜨리게 될 현실이 녹록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 수습 과정에서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경제정상화 이후 자산버블 등 금융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향후 혹시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경우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걱정도 있다. 또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앞으로 연준이 받게 될 정치적 압력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벌써부터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연준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설계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시도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의 영향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문제는 보다 복잡해진다.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부채의 신용위험이 정부가 보전해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현실화될 경우 그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이 아닌 일개 기업의 생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연준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4월 말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만 명, 사망자는 무려 6만 명을 넘었으며 아직도 매일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처음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을 때 세간에서 이를 ‘비전통적(unconventional)’ 통화정책이라고 명명했었다. 10년이 지난 이후 양적완화는 이제 전통적(conventional) 통화정책의 영역에 진입한 듯 보이고 연준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을 맞아 또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경험이 새로운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될지 아니면 앞으로의 정책 담당자들을 위한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지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이정연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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