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허니문과 밀월

<테클> 은 2002년 2월에 필자와 친구들이 시작한 테니스 모임이다. 이름은 그냥 <테니스 클럽> 의 앞 두글자를 따서 지었다. 16년째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보니 멤버들간에 결혼하는 경사도 있는데 이번에 또 한 커플이 탄생하였다. 결혼이란 인생의 중대사 아닌가? 결혼하려는 커플은 하다못해 석달이라도 같이 살아봐야 한다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아들만 둘이라고 딸만 있는 친구들은 ‘피이~’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딸만 있었더라도 나는 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 남녀가 한팀을 이루는 테니스 혼합복식도 결혼전의 좋은 테스트일거다. 나중에 아들들이 며느리감을 데려오면 나는 친절한 채하며 그녀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쳐줄 속셈이다.

예전에 필자가 속해 있던 동네 테니스팀 멤버중에 샌프란시스코의 경찰서장(Captain)인 분이 있었다. 저런 사람이 대도시 경찰서장을 하는구나싶게 유능하고 위엄이 철철 넘치는 분이었는데 남녀혼합복식을 하던 중 짝이던 남자친구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자 경기중에 우왕~하고 울음을 터뜨려 버렸던적이 있다. 연인 또는 부부간의 운전교습과 테니스 복식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 이번에 결혼한 후배 두사람은 몇년째 사이좋게 운동해온 것으로 보아 결혼생활을 잘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결혼식은 작은 외삼촌이 장가가실때였다. 나를 안으신 어머니께서 막 부부가 된 외삼촌과 외숙모님께 ‘신혼에 깨 많이 쏟아지겠네~’라고 하시던 것도 기억한다. 나는 ‘깨’가 ‘많이’ 그리고 ‘쏟아진다’는게 무슨뜻인지 궁금했다. 손을 꼽아보니 외삼촌결혼식과 지금의 딱 중간쯤에 나도 결혼을 했는데 깨가 쏟아지게 신혼이 달콤하고 재미있었던지는 모르겠다.

신혼하면 따라붙는 말이 ‘밀월’이다. 신혼여행, 밀월여행처럼 말이다. 남녀간의 ‘밀어’라는 것도 있고 하니 은밀하고 친밀하고 밀접하고 비밀스러운 그 ‘밀(密)’에다 밤을 연상케하는 ‘달 월(月)’이 붙어 은밀한 밤을 의미하는게 밀월인가 싶지만 밀월(蜜月)의 ‘밀’자는 꿀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허니문기간이니 밀월관계니 하는식으로 폭넓게 쓰이기도 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을때 언론이나 반대정파에서 얼마간 봐주는(?) 것이라던가 새직장에 취직해서 처음 얼마간 그저 좋기만한 시기 등이 좋은 예이다.



밀월과 허니문 (Honeymoon)은 같은 말인데 둘중 뭐가 먼저였을까? 옛날 북유럽 특히 독일지역에서는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면 약 한 달간 벌꿀술(Mead, 밀주蜜酒)를 많이 마시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옛날엔 노동력의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였다. 남녀가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 기대되었다. 벌꿀술을 한달간 마신다는데서 나온 말이 허니문이고 이것이 고대로 번역된게 밀월이다. 곡주, 과일주, 인삼주에 뱀술은 들어봤어도 벌꿀술은 처음인데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당성분만 있으면 뭐든지 발효시켜 술을 만들수 있다. 참고로 세균,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자랄때 생기는 부산물이 인간의 기호에 맞으면 발효라고 하고 아니면 부패라고 한다.

지나치게 익거나 조금 상한 즉 발효된 포도를 따먹고 기분이 까닭없이 좋아지고 겁도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 아저씨 원시인들이 포도주의 발명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포도주나 맥주보다도 훨씬 긴 역사를 가진, 어쩌면 인류 최초의 술일지도 모르는 것이 바로 벌꿀술이다. 벌집에 물이 차거나 채집해놓은 벌꿀이 물에 노출되어 발효되면서 최초의 벌꿀술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벌꿀술을 뜻하는 미드 (Mead)와 꿀의 한자인 ‘밀 (蜜)’이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하니 신기하다.

부부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후배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건강에 좋은 테니스를 함께 하며 배우자감도 만날수 있는 우리 테니스모임에 관심 있는 분은 아래 이메일(youngchool@gmail.com)로 연락주시길!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