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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헤어 공항에 홀로 던져진 생후 15일된 아기

유례없는 입양 재판의 시작
팩트와 진실은 훨씬 복잡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한미 해외입양 65년/⑧ 미국 공항의 'unaccompanied alien minor'

2012년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미국인 A씨가 태어난 지 2주가 갓 지난 한국 아기를 안고 시카고 교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입국심사를 받고 있었다. 한국 인천공항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출국할 수 있었기에, 미국공항 입국 심사장에서부터 이런 회오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입국이었다. 갓난아기가 단독으로 여권을 발급받는 일은 드물다. 보통 이렇게 어린 아기가 여행하는 경우에는 어머니의 여권에 동반자녀로 사진과 이름만 기재하곤 한다. 더구나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에 안겨서 홀로 수천마일을 여행하는 일은 좀처럼 생각하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이 아기는 여행, 친지 방문 등 한정된 여행목적으로 3개월 정도의 단기체류만 허용되는 비자면제프로그램에 등록된 상태였다. 모든 상황 상 입국심사를 하는 공무원은 trafficking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오헤어 공항 이민국 직원은 이들을 즉각 조사실로 옮겨서 심층 심사에 들어갔다. 다급해진 미국인 A씨는 이 아이의 친모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면서 한국어가 적힌 종이쪽지를 내밀었고 이 아기를 미국에서 입양할 거라고 주장했다. 분명한 불법입국 시도로 결정된 순간이다. 입양을 위한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법적 입국시도는 추방대상이다. 즉각 추방이 여의치 않으면 난민수용소에 보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갓난아기를 돌볼 수용시설도 없는데다, 긴 비행과 열 시간 넘는 공항 억류로 탈진 상태가 된 아기의 안전을 고려하여 우선 A씨와 귀가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 아기가 정말 집으로 가게 되기까지는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머나 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교육수준도 높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도 높은 미국시민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벌였을까. A씨는 한인 미국변호사로부터 비자면제 프로그램으로 아기를 입국시켜서 거주하는 주법원에서 입양재판을 받는 방식으로 입양이 가능하다는 법률조언을 받았다. 같은 얘기를 하는 다른 한국인으로부터 지방도시의 한 시설에서 보호 중인 임신한 미혼모를 소개받아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넘겨받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 아이의 입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은 한국의 제18대 대선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동시에 일어나는 해였다. 미국의 대선은 4년마다, 한국의 대선은 5년마다 있으니, 이런 사이클은 20년에 한번 발생한다. 또한 그 해는 한국에서는 입양에 대한 법원허가제가 처음으로 도입되었고, 미국에서는 오바마 재도전에 주요 이슈로 이민법이 등장하였다. unaccompanied alien minor(동반자 없는 외국인 아이)은 미 이민제도의 민감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 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양국이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처했을 때, 양국 법제의 취약하고 허술한 지점이 겹치는 접점에 놓이게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는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한국 가정법원, 미국의 주법원과 연방법원에서 동시에 긴급하게 진행되는 재판의 당사자가 되었다. 이 재판의 변호인단은 판례연구 끝에 이런 법정 공방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 60여 년간 십수만 명을 입양하면서, 한미 양국의 입양법과 이민법이 이 정도로 심도있게 검토되어 본 적이 없다는 결론이다. 당시 한미 양국의 언론에서는 선량한 미국인 가정이 한국 아기를 입양하려는 선의로 잘못된 방법을 택했다고 하는 안타까운 소식으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팩트와 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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