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바람의 끝은
Gusts 40mph NWN예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종일 문틈에서 서럽게 울어대는 바람
지난밤 슈퍼 문에서 울부짖던 늑대소리를 닮았다
따뜻한 지상이 그리웠던 것일지도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맞장이라도 한 번 뜨자는 것일까
기어이 밖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바람
귀청을 때리며 뼈 속까지 파고든다
어쩌자고 바람은 이렇게 모질게 앞질러오는가
어디로 가라고 등을 후려치며 떠미는가
아프다고 외롭다고 절규하는 바람
한 때는, 수직을 버리고
수평으로 이동하는 너를 좋아했지
너를 닮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적도 있었지
이름도 기억도 돌풍처럼 날아가버린 길목
키신(Kissin)의 손끝에서 연주되던 겨울바람
허름한 역사 앞에서 혼자 울고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비뚤거리는 한 줄 써놓고 바람 앞에 엎드려있는 사내
그를 대신해 나를 불러 세우는 소리였다
머나먼 바람 끝은.
임혜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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