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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아트쇼서 만난 '따뜻한 추억'

오수연 기자의 그림 읽기
벤저민 샤인의 조형물 '회상'
다리미로 천 이용해 작품 제작
세월 묻어나는 주름진 손 형상
설날 반겨주신 할머니 떠올라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유명 뮤지엄이나 미술관이 관광명소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1월은 눈이 호강하는 달이다.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 수천 점이 전시되는 LA아트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개성 넘치는 팝아트부터 고즈넉한 느낌의 수묵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워낙 작품이 많다 보니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하지 못하고 발길을 바삐 재촉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못내 아쉽다. 그런 와중에도 발길을 놓아주지 않던 한 작품이 있었다. 벤저민 샤인의 '회상(Remembrance)'이다.

그의 작품은 사람을 첫눈에 사로잡는 힘이 있다. 우선 아름답다. 다리미를 이용해 길고 얇은 레이스천에 주름과 겹침을 만들어 세세하게 형상을 표현해 내는데 소재의 특성과 그의 천재적인 감각이 그대로 작품에 묻어나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벤저민 샤인은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했다. 한마디로 천은 그에게는 익숙한 소재다. 그 때문인지 그는 유명 패션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자주하기도 했다.

그가 작업하는 대표적인 소재는 얼굴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다이애나 왕세자비, 앤디 워홀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인물의 초상화를 주로 작업했다. 또 결혼 1주년에 아내를 위해 만든 작품과 2km나 되는 천을 이용해 만든 작품 '춤'은 환상 그 자체다.

이번 LA아트쇼에서 보여준 '회상'은 손등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주름진 손을 표현한 조형물이다. LA아트쇼에서는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지만 벤저민 샤인이 손을 테마로 한 작업의 타이틀은 'hands of time'으로 알려져있다.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주름진 손.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떠오른 이는 몇 해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다. 어릴 적 설이면 당연스레 할머니 집을 찾았고 할머니는 오랜만에 보는 손주들을 '내 똥강아지들'하며 반겨주셨었다. 그리곤 그 쪼글한 손으로 맛깔스러운 묵은지를 쭉쭉 찢어 밥에 올려주시곤 했었다.

미술품을 보며 누가 그렸는지, 무슨 재료를 썼는지,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싶다.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을, 때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벤저민 샤인 덕에 오랜만에 할머니와의 따뜻한 추억을 만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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