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어머니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구순 생일에도 건강하고 고우셔서 수년은 더 사실 거라고 장담했던 때가 속절없다. 회복을 기다린 지 불과 40일 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어 감염에 취약한 양로병원이 폐쇄됐다. 마비상태로 몸을 못 움직이고 음식을 혼자 못 드시는 상황에서 애가 탔지만 인내해야 했다. 몸무게가 줄었다는 소식에 음식을 준비해 갔지만 반입이 거절됐다. 단절된 공간에 혼자 남겨졌다며 얼마나 외로워했을까. 집으로 모셔오지 못한 죄책감이 날 짓누른다.

치매기에 인지력이 저하되셨는데도 상황을 아셨을까? 양로병원을 폐쇄한 지 6주 만에 식음을 전폐하셨다.

가정의 달 첫날 새벽 다섯 시에 세상의 미련을 내려놓고 본향으로 떠나셨다. 침대 위에 주무시듯 누워계신 평화로운 모습이 어머니와 마지막 대면이다.

장례식도 10명으로 제한되어 가족조차 다 참석할 수 없다. 한국 가족은 2주 격리 기간 때문에 참석할 엄두도 못 낸다. 아들, 딸 두 명만 무거운 발걸음으로 LA공항에 도착했다.



슬픔을 삼키며 옷장에서 입고 가실 가장 멋진 드레스를 꺼냈다. 앨범 속 사진으로 추억을 비디오로 담았다.

메시지는 큰사위가 기도는 막냇사위, 연혁 소개는 아들이 맡았다. 어머니가 평소에 좋아하던 찬송가도 골랐다. 환송 축가와 연주를 손주들이 준비했다. 송별 인사를 각 가정에서 비디오로 보내와 함께 엮었다. 할머니를 회상하는 따뜻한 작별의 시간을 마련했다.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하신 장한 어머니를 기리며 영상 줌으로 장례식을 계획했다.

장례식장에 함께 모이지 못해도 영상 줌으로 어머니를 환송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많은 분이 링크를 보내달라고 했다. 45명 가족이 로그인하여 정한 시간에 스크린에서 만났다. 친지를 모시지 못해 송구함과 아쉬움이 컸지만, 메시지로 함께 할 수 있어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생전 처음 겪는 새로운 장례식이다.

모든 순서가 은혜롭게 진행됨을 감사하며 할머니 영정 사진을 안고 추억을 남겼다. 그 시간에 갑자기 더워진 탓인지 모기가 출현했다. 물린 다리를 의자에 놓고 약을 바르는 데 몸의 균형을 잃으며 오른쪽으로 넘어졌다. 방어할 틈이 없이 바닥에 쿵 넘어졌는데 일어날 수가 없다.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서 X레이를 찍었다. 설상가상으로 골반이 골절되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장지에 참석하지 못하다니 또 불효를 저지른다.

어머니를 환송하는 날, 할리우드 포리스트론 장지에서 입관은 5명, 야외 하관 예배는 10명만 참석해야 했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영상 채팅으로 중계해 가족과 친지가 동시에 나누었다. 나 또한 병실 침대에 누워 영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어머니께서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다. 외롭지 않게 가시는 뒷모습을 본다. 묘지 너머 푸른 하늘에 어머니의 미소가 떠 있다.


이희숙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