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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거목의 그늘

우리가 사는 이웃에는 뜨거운 날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들이 있다. “야! 나는 너희들 있는 뉴저지에 가고 싶은데….” “안돼! 여기는 아직 위험해… 뉴저지 보다 플로리다가 엄마한테는 안전해… 그러니 정신 좀 차리고 한참 거기 더 있어요!” 맞는 소리인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너희들 있는 뉴저지에 가고 싶어…. 이 나의 마음을 너희들이 알까!

지난 3월 중순부터 남들은 다 치는(골프 카트에 한 사람씩) 골프를 나는 안 치고 있다. 남들은 내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겁이 나서 안 치는 줄 알지만 실은 자식들과 이 동네 친구들 때문이다. 3월 중순 큰 딸애와 대화 중 “괜찮아! 나는 골프를 칠 거야!” 했더니 “엄마가 골프를 치면 내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을 줄알아요?” 한다.

나는 요즈음 내가 정말 ‘혼자’인 것을 거듭거듭 느낀다! 십여 년 전 남편이 떠났을 때 ‘…아! 혼자구나! 망망대해에….’ 그러나 생각하면 그때는 자식들과 친지들이 ‘등대’나 의지할 푸르러가는 숲의 역할을 했기에 나는 용기를 얻고 내 삶을 수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상황이 변했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싸울 수도 없는 이 무서운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으며 우리는 오직 방어태세만 취할 뿐이다. ‘stay at home, save lives, social distance’ 하며 부모와 자식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시대를 만들었고 가택연금으로 옆집과도 고립과 단절로 오늘을 살고 있다.

나는 요즈음 늙어서 해로하는 부부들이 부럽다. 둘이 함께 있으니 우선 자식들이 부모의 안전에 덜 신경을 쓸 것이며, 아이들이야 다 걱정을 하겠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사람 보다는 부부의 힘이 셀 것이다. 예년 같으면 아이들 한테로 올라갈 시기인데 이건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입장이니 참으로 난감하다. 또한 혼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옆집 사람도 꼼짝할 수 없는 현실이니 도움도 힘들다. 이 와중에도 우리 마을에는 몇 주 전 연세 지긋하신 선배분께서 아침에 심장에 이상이 와서 수술을 잘 받으시고 지금은 회복기에 계시는데 너무나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사건이다.



오늘도 우리 집 뒤뜰의 풍경은 한산하다. 바로 건너다보이는 곳이 Activity Center인데 늘 북적거리던 그곳은 허허벌판으로 변했고 가끔 차가 드나들고 이른 아침이면 맑은 공기 찾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칠 뿐이다. 처음에는 인적 없고 적막한 그 모습이 낯설어 도통 마음에 안정을 잃고 서성거렸으나 나는 요즈음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에 푹 빠져 있다. 폴란드의 평론가 마리아 엔티스가 언급했듯이 가상의 공간 태고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 안에서 지속과 변형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태고의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인류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허허벌판을 바라다보니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항상 우리에게 큰 쉼터를 만들어주던 푸른 거목들이 올해도 힘차게 자라고 있었다. 우리가 참고 기다리면 세계를 뒤흔든 역병의 환란을 주는 코로나바이러스도 힘이 빠질 날이 곧 오겠지 희망을 건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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