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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다윈과 공황장애

19세기에 발아하여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서구 정신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설은 진화론과 정신분석학이다. 진화론은 당시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진리로 알려졌던 창조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학설이었고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의식이란 관점을 부정하고 무의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학설이었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영국 스롭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저명한 의사여서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어린 찰스는 이미 8살의 어린 나이부터 자연사에 관심을 보였고 학교만 끝나면 들판으로 나가 여러 가지 동식물의 표본 모으기에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16에 불과한 아들을 보조의사로 삼아 동네 가난한 환자들을 진료할 때 자신을 보조하면서 의학지식을 습득하길 원했다. 1825년에는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의과대학인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시켰지만 찰스는 강의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외과 기술에도 실증을 느꼈다. 의사로서의 가망성이 보이지 않자 아버지는 아들을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전과시켰다. 성공회 신부가 되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신부 코스에 필요한 시험에 낙방하자 그는 대신 일반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대학 박물관에 취직하여 식물을 분류하고 자연물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렸다.

22살에 탐사선 비글호에 선원으로 취직되었다. 원래 2년간의 예정이었는데 아버지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면서 반대했다. 나중에 외사촌형의 설득으로 아버지는 탐험을 허락했고 비용도 다 지불해 주었다. 2년 예정의 탐험은 5년으로 연장되었다. 비글호에는 선장이 있었으며 배의 주치의가 공식적인 박물학자로 임명되었다. 찰스는 민간인의 신분으로 지리를 연구하고 동식물 자료를 모으는 등 독자적으로 탐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14세에 이미 병약한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20대를 통해 여러 가지 실체가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렸다. ‘신경쇠약’. ‘풍토병’, ‘비소중독’, ‘지적 피로’, ‘소화불량’, ‘억압된 통풍’등 각 가지 진단을 받았지만 병세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비글호에서도 5년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아픈 몸을 추스르면서 홀로 연구, 채집했다. 항해를 마친 28세에는 사회생활을 물론 일상생활도 어려워져서 켄트에 있는 자택에 머물면서 은둔자 생활을 했다.



수년 전에 아이오와 대학의 두 정신과 교수는 다윈의 전기와 기록물을 검토한 끝에 그는 ‘광장공포증’을 지닌 ‘공황장애’ 환자였다고 미국의학협회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공황장애가 있으면 갑자기 시작하는 극도의 불안상태와 함께 숨 막힘, 심장이 갑자기 뛰고 어지러우며 심장마비가 닥친 것 같은 공포, 그리고 사지의 저림과 마비, 어지러움이나 정신의 혼돈이 발생한다. 동시에 많은 환자는 정신을 잃을까 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쌓이며 다음번 공황발작이 닥쳐오지 않을까 겁을 내게 된다. 다윈이 20대에 적은 기록에도 ‘갑자기 심장이 뛰고 땀이 나며 사지가 떨리면서 공포가 시작되었다.’라고 기록했다.

그가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탐험 후에 무수한 발견을 발표하고 강연에 나가는 둥 자신의 업적을 차분히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고 본다. 그가 공황장애로 인해 은둔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방대한 자료와 연구 결과를 꼼꼼히 정리하고 체계화할 시간이 있어서 마침내 진화론이란 이론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한편 그는 진화론을 주창했지만 종교는 버리지 않았다. 그는 항상 하나님의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분석자들은 그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그를 살해하고 싶은 무의식적 살부(殺父)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죄책감을 지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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