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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민권센터가 20여 해 흘린 땀

20여 해가 흘렀다. 1990년대가 허리 춤에 이를 때였다. 이민자.서류미비자를 위한 운동에 나선 민권센터에 전화가 왔다. "나 정부 고위직에 있는 사람인데 어디 감히 정부를 상대로 데모를 하고 있어! 건방지게. 미국에 와서 살게 해줬으면 조용히 입 다물고 살아야지. 이 빨갱이 놈들아!"

나중에 알았지만 정부 직원도 아니었고, '아무개 자문위원'이라고 했지만 그 또한 '자칭'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아부'하며 인맥을 쌓고, 그걸 내세워 한인들에게 '삥'을 뜯는 사람이었다. 그는 막말을 했지만 몇몇 한인들은 그가 '정치력 신장'에 앞장서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떠들었다. 그래도 물론 꺾이지 않았다.

오랜 나날 민권센터가 해온 일들의 열매가 올해 여물고 있다. 뉴욕주에서 서류미비자가 차를 몰 수 있도록 운전면허증을 주고, 서류미비 학생들의 학비를 보태주고, 이민 세입자들의 삶 터를 살려주는 렌트규제법이 세졌다.

지난 나날 아픔이 많았다. '고위직' 전화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력서에 민권센터에서 일했다고 썼다가 '빨갱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떨어지고, 배고픈 줄 모르고 힘든 걸 못 겪어 봐서 그렇게 '허세' 부리며 남을 위해 일하는 척 한다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



민권센터 일꾼들은 돈이 모자라 한 겨울에 담요를 뒤집어 쓰고 지내기 일쑤였다. 돈 한푼 받지 않고 일하던 이들은 길거리에서 홍보 전단을 돌리다 너무 배가 고파 짜장면 한 그릇을 사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 먹먹하게 서로 바라보곤 했다. 렌트 때문에 빚을 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허세'가 아니라 보다 나은 앞날을 위한 '참마음'이었다.

이제 왜 데모를 하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바니 주의회에 시위를 하러 갈 때면 여러 한인 모임들이 함께해준다. 큰 한인 마트 한 곳은 10여 해가 넘게 달마다 수천 달러를 묵묵히 보내주고 있다. 한 '유명인사'가 한국 방송에서 미국 이민자 권익 시위를 자기가 이끈다는 '거짓말'도 할 만큼 몸값도 높아졌다. 어느 무엇보다도 오랜 나날 땀 흘린 보람이 나타나고 있어 반갑다.

그래서 뉴욕주정부는 바뀌고 있다. 그런데 연방정부는 아니다. 서류미비자 체포와 추방을 엄청나게 하겠다고 밝혔던 대통령이 2주간 기다려 주겠다고 한다. 아무런 뜻 없는 기다림이다. '반이민'이 정치 숨통인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까지 끊임없이 이민사회를 괴롭힐 것이다. 민권센터의 앞으로가 더 값지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김종훈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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