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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화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컴퓨터 시스템 및 보안 전문가인 K씨를 만났다. 과거에 한 중소기업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더 좋은 자리가 생겨서 회사를 옮기게 됐다. K씨의 치기 어린 장난이 여기서 시작됐다. 그는 퇴사하면서 관리하던 회사 시스템에 '뒷문'을 만들어 뒀다. 문제는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일이 무료하고 심심할 때마다 그 뒷문을 통해 과거 회사 시스템에 들어가서 현직 임원들의 파일이나 이메일, 인터넷 서핑 기록도 살펴봤다. 자신의 후임자가 그 뒷문을 빨리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 뒷문이 닫히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

이 뒷문을 전문가들은 '백도어(back door)'라고 부른다. 간혹 IT업계에서 긴급하게 보안패치를 깔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백도어가 발견될 때다. 그만큼 우리가 쓰는 시스템은 보안에 취약하다. 위의 K씨가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가졌다면, 그 중소기업은 하루아침에 회사문을 연 '첫 날'로 돌아갈 수도 있다.

최근 화웨이(Huawei)라는 중국 회사가 화제다.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을 주 품목으로 성장 중인 글로벌 기업인데 나쁜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세상 이목을 끌게 한 사건은 지난해에 있었다. 회사 창업자의 장녀이며 후계자인 여성 임원이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대부분은 그 기업의 변호사가 나서야 하는데 중국 베이징 정부가 성급하게도 직접 나섰다. 덕분에 이 기업 창업자가 가진 지분은 단지 1.4% 정도에 불과하고 종업원 지주제라는 미명하에 누가 주주인지 알 수 없어, 국영기업이 아니면서도 실제로는 공산당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라는 의혹을 사게 됐다. 화웨이는 1988년 창업 이래 중국군의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연간 영업이익이 70억 달러에 달하며 종업원도 8만7000명에 달한다. 스마트폰으로는 지난 2015년 삼성, 애플에 이어서 세계 3위의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로는 특히 5G가 강점인데 2012년 에릭슨을 누르고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제조회사가 됐다.

당혹스러운 소식은 아프리카 연합의 본부가 있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들려왔다. 중국정부가 지원하여 지어준 이 기구의 본부 건물 정보유출 의혹이다. 건물은 중국자본의 기부형식으로 제공됐는데 대부분 시스템을 화웨이가 제공했다는 것이다. 뉴스가 된 이유는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어디론가 전송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목적지가 중국의 한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정보 전송 사건이 현재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만도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것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5건의 대형 유출사건이 보고됐다. 많이 양보해서 우연한 단순 사고의 연속일 수도 있고 K씨 같이 장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라면 실력이 부족한 것이고, 장난이라면 기업 윤리가 잘못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

화웨이의 문제는 이제 미국정부가 나서서, "보안상 위험하니 쓰지 말라"고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서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단순하게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눈앞의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기업 윤리나 기본 상도의가 모자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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