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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지갑을 여는 관객

'알라딘'에 나오는 '스피치리스'는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1992년의 애니메이션에 없었던 노래다. 말을 못한다는 뜻의 제목(Speechless)과 달리 입을 막아도, 손발을 묶어도, 절대 침묵하지 않겠단 노랫말이다. 우리말 번안 제목은 '침묵하지 않아'.

소리 높여 이 노래를 거듭 부르는 사람은 자스민 공주. 술탄의 외동딸인 그는 원작대로 다른 나라 왕자와의 정략결혼을 거부하더니, 이제는 여자가 왕이 될 수 없다는 왕국의 법 자체에도 맞선다. 알라딘에 이끌려 마법 양탄자를 타고 원작의 대표곡(A Whole New World)을 함께 부르는 정도에 그쳤다면, 관객 700만 가까운 지금의 흥행 성공이 가능했을지 궁금하다. 여성의 적극적 활약은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본공식이나 다름없다. '어벤져스' '엑스맨' '맨 인 블랙' 등 시리즈 신작마다 경쟁하듯 여성 캐릭터 비중을 높였다.

한국영화도 달라졌다. 아니, 관객이 움직였다.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여성 관객의 지지는 지난달 '걸캅스'나 지난해 '미쓰백'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배경으로 꼽힌다. 젊은 층에선 이른바 '영혼 보내기'라는, 몸은 극장에 못 가도 영화표를 예매하는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요즘 딸을 키우는 부모들은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중학생도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을 안다든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내세웠다가는 아빠라도 면박을 당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포함해 이 시대 관객 눈높이에 맞추려면 변화는 필수다. 방법의 하나는 창작과정에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한국 상업영화 창작에서 여성 참여율은 감독·제작·프로듀서·주연·각본 등 부문별로 많아야 30% 남짓.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의 영화를 조사한 결과다. 변화의 여지는 그만큼 많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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