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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에 숨진 흑인들 배상금 500만~600만 달러

클리블랜드 라이스 유가족
600만 달러 받고 소송 취하
볼티모어·뉴욕·시카고…
대부분 600만 달러씩 지급
재정악화, 결국 납세자 부담

공원에서 장난감 총을 갖고 놀다 과잉 대응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12)의 유가족이 클리블랜드시로부터 6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기로 했다.

주요 언론들은 25일 클리블랜드시가 타미르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총격을 가한 경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라이스 유족에게 6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타미르는 2014년 11월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서 장난감 비비탄 총을 갖고 놀다가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관 티모시 로먼(26)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타미르의 죽음은 미주리주 퍼거슨, 뉴욕 등에서 백인 경찰관의 잘못된 공권력 사용으로 흑인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달아 터지던 때라 전국적 항의시위를 촉발했고 라이스의 유가족은 시 정부와 로먼 등 출동 경찰관 2명을 상대로 연방 정부에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 검찰은 사건 1년여 뒤인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의 소견을 인용해 라이스를 살해한 로먼 경관의 행동이 타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밝혔으며 이어 카운티 대배심은 로먼 경관의 행위가 정당방어라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유가족까지 600만 달러를 받고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전국을 들끓게 했던 흑인 소년의 죽음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불행한 사고로 종결됐다.

따져보면 그 소년의 죽음에 사실상 책임을 진 건 납세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새 발생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흑인들 죽음은 대부분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고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끝났다. 배상금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늘어 500만~600만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에 상처를 입고 방치됐다 1주일 만에 숨진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의 유족에게 64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관련해 지급한 배상금으로는 역대 최고 액수였고 2011년 이후 경찰의 공권력 남용 등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 100여건의 합의금을 합친 것 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뉴욕시도 지난해 7월 낱개 담배를 팔다 백인 경관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에릭 가너의 유족에게 59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 찰스턴시는 백인 경관이 교통단속 위반에 걸린 후 도주하는 비무장 흑인 월터 스콧(50)의 등을 향해 총을 쏴 숨지게 하는 바람에 지난해 말 합의금으로 유족에게 650만 달러를 지급했다.

시카고시는 10대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에게 16발의 총알을 퍼부어 숨지게 해놓고 총격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족에게 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어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구금한 30대 남성 필립 콜먼(38)은 구금 중 경찰 폭력으로 숨지는 바람에 490만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시카고시가 2004년 이후 법원 판결, 조정, 법정 배상 이외의 보상금 등으로 지급한 돈은 총 6억6200만 달러에 이른다. 시 공무원 연금기금 적자가 200억 달러에 달해 가뜩이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경찰의 비행과 공권력 남용 때문에 수억 달러를 지급하게 되면서 시카고시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지난해부터 재산세를 인상하고 쓰레기 수거, 택시나 우버 등 개인기사 서비스, 전자담배·무연담배 제품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다. 제프 존슨 시의회 의원은 이날 "프랭크 잭슨 시장이 지난 2월 소득세 인상안을 제출했다"며 "출동 경찰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납세 주민들이 그 돈을 물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존슨 의원은 "시장은 재산세가 줄고 시에 대한 주 정부 지원금이 삭감됐다"고 말했지만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관련해 연방정부와 시 정부가 합의하는데 들어간 비용만도 11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비무장 흑인을 향해 총을 쏘고 목을 조른 경찰은 그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시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거액의 수표로 입막음을 하고 납세자만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냐고 분개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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