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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읽어주는 아빠 '좋아요', 수학 공부하는 엄마 '글쎄요'

건강한 아이 출산을 위한 태교법

임신 5개월째인 고현지(33·서울 강북구)씨는 책장에 묵혀 뒀던 수학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임신했을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면 아기가 수학을 친근하게 느낄 것 같아서다. 또래 임신부끼리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수학·영어 등 수능 과목을 다시 공부하고, 교육방송을 챙겨 보는 학습 태교가 유행이다. 두 자릿수 곱셈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인도식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우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성신 교수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변해 오히려 자궁 수축을 유발하고 영양 공급이 부족해지는 등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건강한 출산을 돕는 ‘올바른 태교법’을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엄마가 편해야 태아도 좋아



태교의 시작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임신부가 일상에서 겪는 기쁨·행복·우울·짜증 같은 다양한 감정이 배 속에 그대로 전달된다. 엄마가 행복하면 자궁 환경이 편안해져 태아가 잘 지내고, 힘들고 우울하면 태아도 불편해 한다. 여성은 임신하면 급격한 신체·정서적 변화로 예민해진다. 사소한 일에 갑자기 우울해진다. 이때 태아도 엄마와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

한 의학팀은 태아의 체중이 측정 가능한 임신 중기의 임신부 120명을 대상으로 감정 상태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기간에 스트레스·우울증이 심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태아의 성장·발육 상태가 저조했다. 저체중아 출산은 신생아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엄마와 태아의 애착관계 역시 낮았다.

아빠 낮은 목소리에 잘 반응

태교는 엄마·아빠가 태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태교는 아기에게 주는 첫 선물이다. 태아의 뇌신경세포와 함께 시각·청각·미각·후각·촉각이 발달하는 임신 중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 태아에게 끊임없이 사랑·관심을 표현하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거창하게 어떤 활동을 하기보다 매일 태명을 불러주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된다. 시간상 여유가 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어렵다면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좋다. 지속적인 오감 자극은 뇌신경세포 연결을 촉진한다.

실제 임신 중기(24주 이후)의 태아는 해부학적으로 신체기관이 완성돼 빛을 감지하고, 소리를 듣고 구분할 수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열 달 내내 배 속에서 들었던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인지한다. 태아는 아빠의 목소리에 잘 반응한다. 중저음인 아빠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고음인 엄마보다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수를 잘 통과한다.

출산 진통도 태교 …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시끄러운 소리는 태아에게 불쾌한 소음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해 자궁 환경을 나쁘게 만든다. 큰 소리가 지속되면 양수가 줄어 태아의 호흡을 방해한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태아는 잠시 호흡을 멈춘다. 일종의 경계반응인 셈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록 음악이라도 크고 시끄러우면 태아에게는 스트레스다. 똑똑한 아기로 키우겠다며 임신부가 수학·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아가 이를 인식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무리한 학습 태교는 오히려 엄마나 태아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스트레스는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스러운 출산은 태교의 완성이다. 따뜻한 양수 안에서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고 살았던 태아에게 출산은 엄청난 환경 변화다. 따라서 출산 시 배 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태아를 배려해야 한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는 식이다. 탯줄을 자를 때는 태아 스스로 폐호흡에 적응할 수 있도록 5분 정도 기다려 준다. 양수와 비슷한 온도에 아기를 담그는 것도 태아를 편안하게 돕는다.

출산 이후에도 엄마의 정서적 안정은 중요하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출산 이후 12개월까지 추적 관찰한 조사에 따르면 우울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아기의 성장·발달 지연 위험이 생후 6개월에 4배, 12개월에는 2.6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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