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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엔 항암제 효과 거의 없어 치료 중단"

항암제는 암세포 죽이는 역할
문제는 다른 세포도 죽을 수 있어
요즘은 암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
담당의사 신뢰하고 따르는게 중요


최근 미국 의학전문지인 '자마(JAMAㆍ미국의료협회저널)'에 발표된 말기암 환자의 항암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오히려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명 연장 효과도 없다"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뉴욕 웨일 코넬의과대학 의료연구센터의 연구조사 결과이다. 이에 대해 암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찬반의견이 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임상 암전문의의 의견은 어떠한지 한인타운에 위치한 LA 암센터의 안상훈 암전문의를 만나 들어보았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암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로서 의견은 어떤가.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이미 많은 암 전문의들은 말기암 환자들에게 힘든 항암 화학치료를 받기 보다는 호스피스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암전문의들이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 모든 말기 암환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항암 치료가 '오히려 해롭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같은 암 그리고 같은 암단계라 해도 개인차를 항상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분별이 암전문의들의 역할인 것이다."



-암에 있어서 말기 환자의 정의는 뭔가.

"보통 기대 수명 6개월 이내를 말한다. 항암 화학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 호스피스를 권한다."

-호스피스는 어떤 것인가.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증세들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진통효과를 내는 약을 복용케 도와주고 구통증이 심해서 도저히 음식 먹기가 힘든 환자에게는 구토를 적게 일으키는 약을 처방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환자의 여러 고통들을 덜어 주는 것이 목적이다."

-호스피스를 받으면 수명이 더 단축될 수 있나.

"그렇지는 않다. 기대수명이 6개월인 사람이 호스피스를 받았다고 해서 더 빨리 세상을 떠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항암치료 받기가 왜 그렇게 힘든가.

"항암제의 작용이란 우리 몸 안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세포를 찾아내어 그것을 죽이는 것이다. 체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는 세포가 바로 암세포다. 그래서 항암제는 일단 암세포를 죽인다. 그런데 문제는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포까지 죽여 버린다는 데 있다. 입안에서부터 시작되어 항문에 이르는 기관들을 덮고 있는 점막세포가 우리 몸에서 잘 자라는 세포이기 때문에 항암제를 투여한 후에 나타나는 증세들이 우선 입안이 헐게 된다. 또 목부위도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지고 식도와 위 그리고 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우선 식욕감퇴가 나타나고 음식을 조금 먹기만 해도 토하고 소화도 힘들다. 변비와 설사 등도 일어난다. 이외에 골수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도 줄어든다. 심한 빈혈증세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증세들은 경미한 사람도 있고 심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항암제 부작용 증세는 뭔가.

"식욕이 없어졌다는 환자들이 가장 많다. 먹어도 소화가 안됨은 물론 구토가 심해서 식사 자체를 정상으로 하기 힘들어 체중이 현저히 빠지면서 전체적인 기력이 저하되어 일반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 진다. 이번에 연구결과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얘기했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음식섭취'가 힘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기운이 없으면 정상적인 일상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수명도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게 나왔다고 한다.

"항암제는 많은 경우가 일단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어 말기로 접어들면 암세포가 잘 안죽는다. 말기일 때 항암제의 효과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치료 중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암치료에 있어서 초기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스피스를 권하는 시기가 물론 환자분의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는 판단하에서도 결정되지만 의학적 치료 관점에서 이처럼 항암제가 더 이상 몸안의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는 상태이다."

-현재 말기암 환자에 대한 의료계의 가이드 라인은 뭔가.

"우선 상태가 호전이 불가능하고, 환자의 연령(요즘은 보통 70세 이후)이 높고, 다른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항암 화학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듯이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의사가 권할 때는 가이드 라인에 근거하되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케이스가 임상에 많기 때문에 의사가 각각 상황에 따라 환자와 가족들의 의견과 조율하여 결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때 호스피스를 권하고 있나.

"환자의 활동상태(performance status), 동반 질환 유무,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특히 활동상태는 매우 중요한데 특히 하루 중에 깨어있는 시간의 50%이상을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는 항암치료를 견딜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70세 이상으로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았을 때 정상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루 중에 대부분을 누워있거나 앉아서 지내야 한다면 이것은 삶의 질에 관한 얘기가 된다."

-호스피스를 권할 때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떤가. 백인과 한인의 차이가 있나.

"백인보다는 한인들이 호스피스를 권하면 더욱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주변에서 항암치료 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백인들은 의사 말을 비교적 잘 따르기 때문에 말기라해도 치료를 해보자고 하면 순순히 '예스'한다. 오히려 한인들이 항암치료를 더 무서워하면서 꺼리는 경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가족들도 동조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암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암전문의로서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새로운 암에 대한 치료약제들이 계속 개발되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우리 암전문의들도 사용하고 있다. 말기 암환자에 대해 일괄적인 가이드 라인을 적용할 수 없다고 재차 말한 이유도 불과 1~2년 만해도 6개월 밖에 살지 못하는 말기환자들이 이같은 약제들을 사용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사례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선가 암에 대한 지식을 듣고서 개인판단으로 치료를 받겠다 혹은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담당 암전문의들을 신뢰하면서 그 지시대로 따를 때 가장 치료효과가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들이 의사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는 케이스들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암들이 말기에 가장 힘든가.

"말기암이라 하더라도 항암치료에 반응을 잘 하는 암이고 환자분의 증상이 항암치료를 통해 호전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치료를 한다. 예로 임파선암이나 소세포폐암 등의 경우는 병이 많이 진행되면 항암제나 방사선의 반응이 대체로 좋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췌장암, 담도암, 간암 등의 경우는 치료효과가 좋지 않아 말기암의 경우는 대개 호스피스를 권하게 된다. 또 위암과 식도암의 경우도 말기에는 거의 식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호스피스를 권유하는 케이스가 많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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