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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좀 아는 남자의 반바지 출근 … '미운 털' 뽑거나 밀거나

기자 '털미남'<털미는 남자>에 도전하다

쿨비즈 복장 허용 직장 늘면서
다리털 정리하는 남성도 증가
레이저 제모기 전년의 7배 팔려
전용 면도기로 10분 밀었더니 말끔
다리털 0.5cm 길이로 다듬어 줘
매끈하지 않아 오히려 자연스러워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김영우(30)씨는 며칠 전 반바지를 입고 회사에 출근했다가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무릎 아래로 드러난 풍성한 다리털 때문이었다.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에게 김씨는 "남자답지 않으냐"고 했지만 여직원들은 "지저분해 보이기만 한다"고 맞받아쳤다. 동료들의 핀잔에 김씨는 집에 돌아와 눈물을 머금고 면도기로 다리털을 밀었다.

노출이 잦은 여름철, 바야흐로 '털미남'(털 미는 남자)의 시대다. 금남(禁男)의 영역이었던 '제모'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선 남성의 체모를 없애거나 다듬는 것을 가리키는 '맨스케이핑'(manscaping)이란 신조어가 사전에 등록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는 쿨비즈(Cool Biz) 복장을 허용하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확산됐다. 서울시청은 2012년부터 반바지 출근을 시행했고 삼성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주말·휴일 근무자에 한해 쿨비즈 차림을 허용했다.



남성 전용 제모용품들이 출시된 것은 물론이고 관련 제품들도 무서운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6월 제모기의 남성 구매는 지난해보다 57% 증가했다. 레이저 제모기의 구매량은 7배 이상 늘었 다. 같은 기간 왁싱·제모크림의 구매도 22% 상승했다. 오혜진 G마켓 홍보담당자는 "남성들만 대상으로 하는 제모용품 특별전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본 K사의 '레그 트리머'(Leg trimmer·다리털 숱 제거기)는 없어서 못 파는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길이가 들쑥날쑥하거나 숱이 많은 다리털을 일정 길이로 다듬어주는 제품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해당 제품명을 입력하면 '파는 곳'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올리브영은 이번 달부터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았다.

'털부심'(털이 많아 느끼는 자부심)은 그 누구 못지않은 기자가 직접 제품 체험에 나섰다.

막상 칼날을 피부에 대려니 잠시 망설여졌다. 과거 일반 면도기로 다리털 제모를 시도했다가 면도날에 낀 털이 한꺼번에 뽑히는 바람에 감수해야 했던 통증의 기억 때문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털이 난 방향의 반대쪽으로 트리머를 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부와의 직접 접촉을 막아주는 세이프가드와 살결을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헤드 덕분이었다. 트리머가 지나갈 때마다 '툭툭' 털이 잘리는 소리가 나면서 바닥에 털들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털이 남아 있는 곳을 여러 차례 다시 미는 작업을 10분 정도 거치니 말끔한 종아리가 완성됐다.

불만스러운 점도 있었다. 생각보다 아주 깔끔하게 털이 정리되진 않았다. 윗부분만 제거된 탓에 0.5~1㎝가량의 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강호 올리브영 상품기획자(MD)는 "요즘 남성 제모의 트렌드는 어느 정도 털을 남겨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아예 털이 없는 매끈한 다리는 여성 다리처럼 보이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거부감이 있다"고 했다.

털미남의 다음 단계는 '털뽑남'(털 뽑는 남자)이다. 제모용 왁스를 피부에 발라 한꺼번에 털을 뽑는 왁싱(waxing)을 하는 남자들도 많아졌다. 왁싱은 털을 미는 것보다 피부 자극이 덜한 데다 모근을 파괴해 털이 점차 적게 나는 효과도 있다. 눈썹·팔·다리 등이 대표적인 남자들의 왁싱 부위다.

기자가 이화여대 인근에 있는 눈썹 전문 왁싱바 'BNB'의 이승재 실장으로부터 직접 눈썹 왁싱을 받았다. 이 실장이 먼저 전용 가위로 삐죽 튀어나온 털들을 잘라냈다. 이후 온기가 느껴지는 왁스를 눈썹 주변에 골고루 발랐다. 여기에 얇은 천을 덧댔다가 순식간에 떼어내 털을 뽑는 방식이다. 20~30여 차례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전체적인 눈썹의 틀이 잡힌다. 마지막 단계로 족집게를 이용해 주변에 남은 잔털을 손질했다. 이 모든 과정은 15분가량 걸렸다. 거울을 보자 만화 속 주인공처럼 정돈된 눈썹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점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다. 모공이 열려 감염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루이틀은 왁싱 부위를 손으로 만지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남성을 위한 눈썹 정리 틀·전용 면도기도 나와 있어 '셀프 정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털 손질에 미숙한 초보자는 귀한 눈썹에 스크래치를 내는 '대형 사고'를 칠 우려도 있다. 처음엔 브로숍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의 얼굴 형태에 어울리는 눈썹 모양도 조언받을 수 있다. 다만 3~4주마다 정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게 흠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남자를 위한 멋내기용품
코털 정리기 … 여름 에티켓 '니플 밴드'도
▶남성용 쿠션(파운데이션)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쓰고 마는 사람은 없다'는 그것. 화장품을 손에 묻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성은 BB크림 대신 쿠션 타입의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 중요한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앞뒀을 때 몇 번 얼굴에 묻혀 주는 것만으로도 정돈된 인상이 완성된다. 요즘 제품들은 자외선 차단, 주름 개선, 피지 억제 등 여러 기능을 하나에 담았다.

족집게형 코털가위 = 코털은 뽑으면 큰일 난다. 세균 감염으로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미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코털은 잘라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코털 전용 가위는 둥근 앞코로 인해 다소 불편한 감이 있었다. 족집게형 코털가위는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잘리는 느낌도 탁월하다. 항균 스테인리스 칼날로 위생에도 신경을 썼다.

면도날 클리너 = 남자의 피부 트러블은 면도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무뎌진 면도날을 제때 갈아주지 않거나 면도날에 쌓인 노폐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서다. 클리너는 면도날에 붙은 이물질을 닦아내 세균 증식을 막고 면도도 수월해진다. 면도날의 수명도 최대 8배 이상 연장된다고 한다. 10~30초밖에 걸리지 않는 간편한 사용 방식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니플 밴드 = 여름철마다 여성들이 선정하는 꼴불견 남성 유형 중엔 항상 '꼭지남'이 꼽힌다. 몸에 붙는 상의를 입으면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명 '매너 밴드'로 불리는 니플 밴드는 얇은 옷 위에 유두가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다. 의료용 점착제로 부착력이 우수하고 땀·물에도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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