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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자연스러운 것, 긍정적으로 발산해야

"분노 억누르게 해서는 안 돼"
좋은 방법으로 표출하는 게 중요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 엄청나
분노조절 힘든 사람이 많은 이유
억센 성향은 이성으로 조절이 가능
조절 기능 안되면 전문의 도움 필요


주변을 보면 평소엔 좋게 보이던 사람이 자신의 의견과 대립하는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스스로 분노 조절을 못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요즘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혐오범죄나 최근 보도된 데이트 폭행 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도 안에 쌓인 분노를 오랜 시간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하지 못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수잔 정,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분노'가 우리 안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지를 들어 봤다.

-'앵거 매니지먼트(화 조절하기)'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로 현대인들에게 갑자기 '욱' 하는 성향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수잔 정ㆍ이하 정) 우리의 감정은 묘한 특성이 있는데 일단 우리 안에 감정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표출된다. 화는 지극히 인간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이 같은 분노가 없다면 발전 또한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면 화가 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처럼 화를 자신의 발전, 즉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서부터 부모들이 화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좋은 방향으로 내 안에서 표출되기보다는 억누르게 했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폭발된 것이 문제다."

"(조만철ㆍ이하 조) 현대인들이 분노조절을 점점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을 자신이 핸들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가 분노로 옮겨진다. 알다시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엄청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과거보다 많아졌고 그 결과 분노조절이 점점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이것도 성향인가?

"(조) 모든 포유동물(인간도 해당)은 태어날 때 고유한 기질을 갖고 있다. 소나 양처럼 순한 것이 있고 호랑이처럼 사나운 것이 있듯이 사람도 어떤 이들은 온화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반항적이고 쉽게 화를 내는 억센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이같은 기질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성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의 가정환경, 교육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이성을 조절할 수 없는 뇌의 병(이상)이 있다면 정신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 옛날에는 '부모가 아이들을 결정시킨다'고 했는데 요즘은 반대로 지적한다. '아이들이 부모를 유도한다'고 한다. 잘 보채는 아이로 인해 부모의 분노조절도 잘 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의 보채는 성향을 부모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순순히 말을 안듣는 상황에서 부모의 이같은 성향이 자극을 쉽게 받는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서 부모의 성향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따라서 부모가 해결되지 않은 분노가 있을 때 보채는 기질의 아이에게 더 자극을 줌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부모와 똑같은 '화근'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악순환을 유도하게 된다. 어린 애가 운다고 집어 던지는 부모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흑인교회에서 9명의 흑인을 사살한 백인 청년의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분노와 연관되나.

"(정) 직접 본인과 얘기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들을 보면 그 사람안에 쌓여있는 해소되지 못한 감정, 그 중에서도 분노가 원인일 때가 많다. 두가지 형태로 표출되는데 하나는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향해 분노를 해소시킨다. 또 하나는 반대로 자신보다 힘이 있는 대상 즉 정부나 지도자를 향해 화를 폭발시킨다. 백인우월주의자는 피부색 하나만으로 우월해질 수 있는 흑인을 타겟으로 삼는다."

"(조)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자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유명 여배우 조디 포스터에 대한 애정이 좌절되자 미국 대통령으로 타겟을 돌렸다. 어떤 단체에 반골기질이 강한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 이같은 분노는 왜 쌓이나.

"(정) 태어나서 3살이 되기까지 받은 나쁜 스트레스가 적당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도화선이 된다. 한 예로 아이가 배고파 우는데 엄마는 잠자라고 한다거나 기저귀가 젖어 불쾌한데 해결해주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되면 '아, 이 세상은 믿을 게 못되는구나'하는 인식이 각인되어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된다."

"(조) 또 자라면서 부모에게 충분한 관심을 못받은 사람들에게도 이같은 인식이 자리잡는데 이들의 마음에는 항상 '아이 앰 낫 오케이(I am not OK)'란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때 데모에 앞장서거나 정부정책에 강렬히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의' '정당한 이슈'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의 병적분노를 정의의 가면을 쓰고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열등감인가.

"(정) 내가 괜찮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자격지심 즉 열등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아이 앰 오케이'로 자신을 철저히 무장함으로써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똥을 바닥에 쌌을 때 엄마가 '누가 그랬어?'라고 물으면 야단맞는 것이 너무 무서울 때 '몰라, 나 아니야'라고 하는데 이때는 스스로 정말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것이 그대로 고착되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센 사람이 되기 쉽다. 더 나쁘게 되면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 그랬다'는 식으로 감정이입을 엉뚱하게 한다. 누군가를 비판한다는 얘기다. 바람피우는 남편이 오히려 부인을 의심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LAPD에 보고된 데이트 폭력 중에서 상당수가 한인과 연관돼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것도 분노가 원인인가.

"(조) 자신과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외출해야 하는데 부인이 화장을 오래한다고 해서 화장대 거울을 부셔 버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차가 앞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을 찾아가 총을 쏘는 등의 충동적인 사람들을 상담해보면 어려서 응어리가 져 풀지 못한 분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대로 두면 성격장애로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악성 나르시즘 등의 정신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조언을 한다면.

"(정) 25살짜리가 5살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화를 낸다는 것도 일종에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퇴행의 하나다. 어떤 일로 화가 났을 때 먼저 이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받아 들이면서 그 다음에는 내가 정말 이 일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것이 하나의 도화선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 봄으로써 본래의 '화근(분노의 뿌리)'에 접근해보려는 마음자세가 도움이 된다. 알고 화를 내는 것과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분노에 끌려가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

"(조) 자동차가 삐걱거리면 정비소로 가고 몸에 통증이 있으면 병원에 간다. 분노의 대가는 복수의 쾌감이다. 참기 힘든 분노가 있으면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삶의 주인이 자신임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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