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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48년전 악몽에 시달리는 민주당

안유회/논설위원

내분의 어둔 그림자가 민주당에 어른거린다. 공화당의 집안싸움을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지켜보던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애가 타는 일이다.

내분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14일 열렸던 네바다 경선. 샌더스가 득표율 47%로 53%의 힐러리에 밀리자 지지자들은 전당대회에 보낼 선거인 선거 규정 변경 요구가 묵살됐다며 의자를 던지는 등 소동을 피웠다. 네바다 주 민주당 의장인 러버터 랜지에게는 1000여 통의 협박 전화가 쏟아졌다. '손자가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안다'거나 '랜지 의장을 공개 처형 해야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정도면 한 집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지붕 두 가족'을 넘어 '등 돌린 가족'일 수도 있다.

1968년 전당대회 폭력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민주당의 지도부는 긴장했다. 영화 '미디엄 쿨'에 그려진 대로 당시 폭력사태도 베트남전을 둘러싼 깊은 갈등이 전당대회 유혈 충돌로 이어졌다. 이슈는 다르지만 네바다 경선 소동은 2016년의 갈등의 골이 1968년만큼 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내분의 그림자는 17일 열린 오리건 주 경선에서 더욱 짙어졌다. 샌더스가 득표율 85%로 완승했다.

서부주인 네바다 주 패배가 낳은 소란, 이어 열린 오리건 주 경선의 압승. 두번의 경선이 가르키는 곳은 결국 가장 많은 대의원을 뽑는 가주다. 서부주의 모든 경선은 클라이맥스인 가주 경선의 전초전이며 풍향계다.

클린턴은 샌더스를 압도하지 못하고 샌더스는 경선 완주를 외치고 샌더스 지지 열기는 끓어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이 같은 서부주인 워싱턴(24일)과 가주(6월 7일) 경선에서 더 압축되면? 또 가주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을 의미있는 격차로 이기면? 샌더스 지지자들의 열기와 그만큼 깊은 좌절은 더 큰 휘발성으로 전당대회를 위협할 것이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나섰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인 데비 와서먼 슐츠는 네바다 소동을 일으킨 지지자를 분명하게 비난하지 않았다며 샌더스를 힐난했다. 이미 당내에서는 샌더스에게 경선 중도 하차를 압박하고 있던 차였다.

샌더스는 반발했다. 수퍼대의원 400여명이 경선 시작도 전에 클린턴 편에 섰다며 당 지도부의 불공정한 경선 관리를 비난했다. 경선이 아니라 임명이라는 것이다. 나라면 슐츠를 위원장에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샌더스의 측근인 제프 위버도 슐츠가 선거 초반부터 샌더스의 유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국면을 트럼프와 대결로 전환하고 싶어한다. 클린턴이 최근 연일 '트럼프 위험론'을 펼치고 선거 슬로건을 '안팎의 도전에 맞서서는 함께해야 강하다'로 바꾼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집안싸움 그만 하고 당을 통합해 위험한 트럼프와 싸우자는 제안이다. 샌더스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은 "두 개의 악 중 차악을 고르는 것"이라며 클린턴의 제안을 간단하게 거절했다. 거기에 "무소속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때문에 내가 더 강한 후보"라며 본선 경쟁력까지 내세웠다.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격차가 좁혀지거나 추월당한 클린턴의 아픈 곳까지 찔렀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클린턴과 당 지도부는 속이 탄다.

23일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았다. 정강 초안을 만들 위원회를 유권자의 투표율에 비례해 할당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발표대로라면 클린턴과 샌더스에게 각각 6개의 위원회가 할당된다. 4개 위원회는 슐츠 위원장 몫이 된다. 최저임금 15달러 등 샌더스의 정책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써 당 지도부는 일단 한 발 물러섰다. 이것으로 민주당의 갈등이 가라앉고 통합될 수 있을까. 그 결론은 결국 유권자가 답하는 가주 경선에서 드러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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