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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최저임금 인상 만으로도 '샌더스 대통령' 지지한다

이제 캘리포니아에서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결전을 앞두고 비장한 기운이 돌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소위 미국 기층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개선시킬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고 있다.

이민 후 3개월 만에 호텔의 접시닦이로 취직하였다. 이곳에서 3년간 일하였는데 일이 고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접시닦이는 나 포함 5명의 정규직이 있었고 인종은 한국인, 멕시칸, 유대인, 흑인, 파키스탄인이었다.

멕시칸인 미겔(가명)은 10대와 20대 초반을 마약 관련으로 교도소에서 보내다 겨우 가정을 꾸리고 접시닦이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주와 왕자처럼 찍은 아이들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곤 했고, 이후 내가 쿨라인 쿡이 되어 미겔의 부인이 좋아하는 아보카도 듬뿍 넣은 콥샐러드를 만들어주면 의기양양하게 퇴근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 퇴근 시간이면 양념치킨을 들고 퇴근하던 한국의 많은 가장들과 흡사하게 느껴져 마음이 짠하기도 하였다.



성질이 급하고 몸놀림이 빨랐던 이 친구는 여자임에도 빠릿빠릿 일을 잘했던 나와는 크게 마찰없이 지냈고, 우리 두 사람이면 500명 연회 정도는 거뜬할만큼 일도 잘했다.

말이 접시닦이지 접시와 조리 도구들, 냉장고, 냉동고, 핫박스, 조리대, 주방바닥 청소 등등 우리가 할 일은 무궁무진 끝이 없었다. 이 고됨을 이 친구는 마리화나로 달래고 살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높은 병원 문턱 때문이었다.

워낙 급한 성격 탓에 상처가 많았고 제법 큰 사고에도 병원을 가지 못하였다. 물론 당시 보험이 없기도 했지만(당시 나의 4인 가족 4주 의료보험료가 600달러였다) 근무 중 사고시에는 약물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친구는 마리화나 때문에 산재 처리는 커녕 오히려 해고될 지경이니 감히 병원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화상은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내가 급한 대로 감자팩과 얼음찜질을 해주면 다음날 상처가 금방 아물었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또한 미겔은 새벽 5시30부터~오후 2시까지 호텔 일을 마치면, 퇴근이 아닌 또 다른 직장으로 출근을 하였다. 늘 오버타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한달 수입이 당시 1500달러를 넘지 못했으니 외벌이였던 이 친구의 빈궁하고 고달픈 삶은 서글프기 그지 없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 친구만의 이야기만은 아니었으며 같이 일했던 수많은 멕시칸들의 삶이 이러했다.

풀타임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자는 샌더스의 주장은 막노동에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정책일 것이다.

이점이 내가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꼭 다음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이유이다.


윤민자·앨버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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