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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에서 10여 마일 동쪽 올리언스 페리시의 한 캠핑장에 묵고 있었다.

시 외곽에 있는 허름한 RV 캠핑장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모빌홈들과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밤에는 총소리가 들리고 폭주족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곤 했다. 다행히 캠핑장은 게이트가 있어 안심하고 지냈다.

2월 7일 오전으로 기억한다. 비가 멈추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지역의 제방을 가보려 했다. 일기예보대로 아침부터 비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관광객들로 흥청거리는 아름다운 뉴올리언스 지역. 프랑스, 스페인, 미국 남부의 문화가 어우러진 프렌치 쿼터를 둘러봤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흔적을 보기 위해 버스에 탔다.

수면보다 낮은 운하 밑에 형성된 도심 외곽은 허리케인의 피해를 극복하고 있었지만 방치된 곳도 보였다. 흑인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카트리나 피해지역은 아직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잘 정비된 곳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확연히 드러났다.



비가 멈추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RV에서 TV로 지역 날씨 방송을 보고 있었다. 방송에서 갑자기 우리가 있는 지역에 토네이도 경보를 내리면서 낮은 곳으로 피해 엎드리라고 한다. 1분여가 지났을까? 11시20분 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고 엎드리고 피할 틈도 없이 바람이 차를 흔들어 놓는 게 아닌가.

94년 1월 겪었던 노스리지 지진 때처럼 허둥지둥하는 사이 토네이도가 지나갔다. 바람이 잦아들고 한숨돌리며 시야가 좁은 RV의 창으로 내다본 캠핑장은 온전하지 않았다.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의 표정에서 새삼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 다니며 서로 안부를 묻는다. 운이 좋았다는 말도 나온다. 토네이도가 50여 미터가량 비켜나가 다행이었다.

토네이도의 중심이 이동한 자리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집들의 지붕은 날아갔고 캠핑장 큰 철재 쓰레기통이 나무를 덮쳤다. 가벼운 트레일러는 바람에 들렸다 거꾸로 떨어져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담벼락은 구겨진 종이처럼 찌그러져 흩어져 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곳이 파괴되고 쓰레기장으로 변한 듯했다.

잠시 후에 경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수많은 경찰, 소방대원, 구급대원이 몰려와 부상자나 피해를 확인하고 다녔다. 공포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뉴올리언스를 떠나며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무너져 새로 구축한 제방을 보러 갔다.

사망 1577명, 피해가옥 21만 채, 완파가옥 8만 5000채, 침수상가 1만 2000 곳, 차량유실 20만대, 재산피해액 1000억 달러. 뉴올리언스 지역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상황이다.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29일 오전 6시 뉴올리언스에 상륙했다. 시간당 풍속 178~209㎞의 바람을 동반한 강력한 태풍이었다. 제방이 붕괴하고 물이 범람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급속하게 늘었다. 최대 높이 6에 해당하는 물이 도시를 덮쳤다. 뉴올리언스는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80% 이상이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아 들어온 물이 빠지지 못했고 피해가 커졌다.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 모두 역대 미국 자연재해 역사상 최악이었다. 인구의 70%가 흑인이었던 저지대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간신히 피해지역을 빠져나온 주민들은 구급, 식량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해 땡볕 속에 노인들이나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누구나 예상하던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에 도달하자 시장과 주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중앙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수몰된 뉴올리언스는 오랜 기간 동안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뉴올리언스 홍수의 근본적 원인은 1965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제방에 있다. 제방은 40년째 미완성 상태였으며 약한 구조설계와 부실공사로 큰 태풍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허리케인은 토네이도와 달리 진행방향과 태풍의 크기 위력이 며칠 전부터 알려졌고 대비하고 대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런 큰 피해가 발생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정부 관료들의 무능과 기술적 실수가 빚은 자연재해에 인재가 겹친 후진국형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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