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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 전 나무화석에 새겨진 지구의 역사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목화석 국립공원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뉴멕시코 샌타페에서 출발해 40번 프리웨이를 타고 서부로 이동했다. 애리조나주 경계를 얼마 지나지 않아 화석숲이라는 의미의 목화석 국립공원이 나왔다. 미국의 국립공원 특히 서부의 국립공원들은 볼거리가 넘쳐난다. 계절별로 색다른 모습을 한 국립공원들은 다시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아예 그 속에 묻혀 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목화석 국립공원은 입구를 지나 가도 가도 허허벌판에 밋밋한 광경만 펼쳐져 실망했다. '텍사스의 작은 그랜드 캐년'이란 과장 선전에 속아 들렀다 실망한 팔로 듀로 캐년 주립공원이 떠올랐다.

풍경도 상대적이다. 미국의 동부, 남부, 중부는 서부에 비해 풍경이 빈약하다. 특히 텍사스는 끝없는 대지에 더위와 습도가 높은 곳으로 볼만한 경치가 없는 곳이다. 유타의 동네 공원만도 못한 팔로 듀로 캐년이 텍사스 사람들에게는 '작은 그랜드 캐년' 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목화석 국립공원 북쪽길을 따라 남쪽으로 운전해 가다 보면 40번 프리웨이를 가로지르게 된다. 공원의 남쪽으로 향하면 변화 무쌍한 바위 산들이 나타난다. 주변에는 방금 홍수에 휩쓸려 밀려 내려 온듯한 크고 작은 통나무들과 나무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멀리서 언뜻 보면 분명 나무인데 다가가 보면 놀랍게도 1억년 이상 된 나무화석이다.

지금의 인류가 존재하지도 않던 아득한 옛 시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목화석 국립공원은 약 2억5000만 년 전 무성한 숲을 이뤘던 나무들이 화석화되어 남아있는 곳이다. 지구 곳곳에 화석 나무, 화석 숲을 구경할 수 있지만 전세계를 통틀어 목화석 국립공원만한 곳은 없다. 2억5000만 년이라니 상상이 안 되는 세월이다.

원래 이곳은 바다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바다가 사라지고 생겨난 대지에 숲과 강이 생겼다. 숲은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땅에 묻히고 나무는 썩어 석탄과 석유로 변했다. 하지만 강이 범람한 이 곳의 뿌리째 뽑힌 나무들은 쓰러져 낮은 곳으로 떠내려가 진흙에 묻히게 되었다. 진흙탕에 가라앉은 나무들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부패 되지 않았다.

1억년 넘게 나무에 광물질이 스며들고 광물질을 먹은 나무는 섬유질이 사라지고 점차 수정처럼 단단하게 변해 화석 나무가 됐다. 약 6000만 년전 미국 남서부 지역 땅이 솟아 올라 풍화되면서 퇴적 토양에 묻혀있던 화석 나무들이 노출됐다. 방금 잘라 놓은 듯한 나무토막과 조각들부터 60m를 넘는 거대한 것도 있다.

화석 나무들은 수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색 찬란한 빛을 띠고 있는 나무 아닌 나무들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원시숲 나무들과 공존하던 공룡들을 상상해보며 대자연의 신비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 인간의 삶을 생각해본다.

목화석은 1800년대 중반 백인들이 서부로 진출하며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공예품 등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막대한 양의 화석이 대대적으로 반출됐다. 연방정부는 나무화석 반출을 막기 위해 1906년에 이 곳을 국가사적지로 지정했고 1962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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