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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지 인사이드] 시간이 지나도 불변하는 지식

우리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대학에서 꼭 배워야 할 지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시간이 지나도 불변하는 영구한 지식(Timeless Skills)" 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1분 1초를 다투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고 실시간으로 청중들에 알리는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가르치는 내가 이런 대답을 한다면 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아무리 좋은 대학의 커리큘럼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벤처기업들이 개발해내는 첨단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의 유효기간도 갈수록 짧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튜브, 칸아카데미, 매시브오픈온라인코스 등 꼭 대학 강의실을 가지 않아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에 가서 배울 수 있는 영구한 지식이란 무엇인가? 전공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저널리즘에서는 50년 전에도 가르쳤었고, 또 50년 후에도 가르치게 될 '타임리스스킬'이 있다.

첫째는 사실 검증 능력이다. 당연히 진실처럼 보이는 주장이라도 미세한 디테일까지 반드시 다른 자료와 비교검증해야 하고 검증되지 못하거나 의심쩍은 사실은 반드시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기자들이 오랫동안 애용해오는 육하원칙(5Ws and 1H)은 사실검증에 필수적인 도구다. 기자는 보도를 통해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를 다 답할 수 있어야 하고 빠진 부분은 끝까지 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사실검증 능력은 하루아침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철학교육에 바탕을 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 통찰력이 필요하다. 정보를 입수하려면 기본적인 인터넷은 물론이고 관공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또 입수한 통계자료를 분석하려면 수학과 통계를 알아야 한다. 취재에 좋은 많은 자료는 항상 법원에 보관되어 있고 법정기록문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민사법과 형사법도 알아야 한다. 스패니시나 아랍어 등 제 2외국어도 언제든 큰 도움이 되는 지식이다.



두 번째는 간단명료한 글솜씨다. 신문이건 방송이건 트위터이건 복잡한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간추려 최소한의 단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언제든지 필요로 한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포화상태의 사회이다. 사람들은 단 한 번에 요점이 전달되는 메시지를 원하고 그런 메시지는 탄탄한 문법과 어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때그때 예측불허의 상황에 적절한 말을 신속하게 하려면 평소에 개발된 창의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사회윤리적 책임에 대한 소명감이다. 기술과 시대가 변해도 공정보도의 윤리는 변하지 않고, 약한 자 못 가진 자를 위한 파수견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언론의 정의와 자유에 대한 책임은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역사와, 또 인종차별의 역사, 그리고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해야만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습득할 수 있는 타임리스스킬은 저널리즘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최근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가장 빨리 승진한 직원들의 특성을 분석해보니 프로그래밍이나 수학적 계산은 가장 하위에 그쳤고, 반면에 협동능력(collaboration), 소통능력(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그리고 창의성 (creativity), 즉 "4Cs"가 최상의 특성들로 나왔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우리는 페이스북(2006)이나 아이폰(2007)이 뭔지 몰랐고, 아이패드(2010)가 우리 아이들을 게임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기 이전의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5년이나 10년 후 어떤 첨단 기술이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 놓고 어떤 새로운 직종들이 자녀세대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우리 자녀가 사회에 진출할 시대는 대학 순위나 전공이 그들의 성공이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일 것이다.

현재 미국 어떤 대학도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미래 정보기술개발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곳은 없다.

반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회사에서 대졸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요구사항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함께 일하기 편하고, 일을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을 원하고, 또 글을 잘 쓰고, 교양과 상식이 풍부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러한 타임리스스킬의 토대가 되는 기초 인문학들, 즉 철학, 역사학, 문학, 정치학, 사회학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대학 졸업하기 전에 전공과목 이외에 다섯 과목 정도의 기초 인문학을 수강하기를 권장한다.


김태현 / 신문방송학과 교수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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