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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A 여행 속 '최고의 스웩'

"여기 LA 맞아? 딴 것(채널) 틀어볼게"

케이블채널 TVN 여행프로그램 '짠내투어'가 얼마 전 LA를 방문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린 개그우먼 박나래는 차량 라디오를 켜자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낯선 듯 반가운 듯 좋은 듯 불편한 듯.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LA 현지 한국 방송국에서 송출한 한국 노래. TV화면에도 자막이 깔린다. "여기까지 와서 한국 가요 메들리?" 냉소가 있다. 투어객들은 바로 주파수를 바꾼다. 팝음악이 나오자 어깨를 흔든다. 박명수가 말한다. "이게 LA야!"

첫 맛집은 할리우드 멜로즈 인근의 라라스(Lala's)다. 투어객들은 올리브 오일에 파슬리 잎 등이 담긴 아르헨티나 전통소스인 치미추리에 빵을 찍어 먹으며 감탄한다. 음식에서 알 수 있듯이 라라스는 아르헨티나 전통 음식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해 내놓는다. 느긋하면서 독특한 남미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사장 호라시오는 1988년 이민 와 건축가인 마리오와 함께 1996년 식당 문을 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식당에 와 손님을 응대하며 식당을 사교장으로 만들었다. 그 당시 아르헨티나는 후안 페론의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국제 금융위기와 심각한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이 파탄에 빠진 때였다. 청년은 살기 위해 미국으로 와 후라이팬과 냄비를 들었던 것이다.



각종 고기를 향신료로 훈제한 파스트라미가 핫도그 위에 올려졌다. 개그맨 박명수와 문세윤이 개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이번 맛집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단골집이라는 핑크스 핫도그(Pink's hotdogs)다.

핫도그 집은 루마니아 2세인 리차드 핑크가 1939년 리어카에서 일군 식당이다. 웃픈 이민사가 숨어 있다. 아버지 이사도르 핑코위츠(Isadore Pinkowitz)가 1900년대 초 미 동부의 한 섬으로 이민 왔을 때 미 이민국이 이름을 '미국화'해야 한다며 성을 핑크(Pink)로 개명해 버린 것이다. 그 연유로 가게는 온통 핑크빛이다.

파스트라미(Pastrami)도 19세기 중반 유대인의 이민 흐름을 타고 루마니아 일대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루마니아에서는 '파스트라마'로 불린다. 고기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 칠면조 고기에 각종 향신료로 숙성해 먹었던 음식이다. 투어객들은 핫도그를 먹으며 "이게 바로 LA의 맛!"이라며 엄지척했다.

마지막은 한인타운 순두부찌개집이다. 연예인들은 식탁 가득히 만두와 생선구이,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소화제 먹는 것 같다" "환상적"이라며 찬사를 했다. 가수 정준영은 "이곳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북창동순두부의 원조다. 여기서 유명해져서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북창동순두부 이희숙 대표는 1989년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민 온 뒤 생계를 위해 식당 문을 열었다. 피자 토핑처럼 재료를 얹어 먹는 방법을 한식에 차용했다.

LA는 사람 숲이다. 리틀 에티오피아, 리틀 타이, 리틀 아르메니아 등 다양한 민족이 뿌리 내리고 살고 있다. 무심코 간 식당에도 관광지에도 달고 짜고 쓰린 세계 이민사가 녹아 있다. 그들이 바로 LA다. 코리아타운 순두부찌개가 바로 미국사다. 개그맨 문세윤은 수저를 쥐고 말한다. "외국에서 한식 먹는 게 최고의 스웩(허세 섞인 멋)이라니까"


황상호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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